[사설] 모처럼 출산율 반등, 차원 다른 파격 대책으로 확실히 끌어올려야

정부 고위 관계자가 올해 합계출산율 반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5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회의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실적치인 0.72명보다 높은 0.74명 내외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상 최저를 기록한 합계출산율은 올해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지만 최근 출생아 수가 증가하면서 2015년(1.24명) 이후 9년 만에 반등할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출생아 수는 7월 2만 601명, 8월 2만 98명으로 2개월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한 데 이어 9·10월에도 행정안전부 통계 기준으로 2만 명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출산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도 8월까지 14만 6403건으로 전년 대비 12.2% 늘어 출생아 증가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던 출산율이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지면서 줄어든 결혼·출산의 기저 효과가 크겠지만 올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정부와 기업 등이 인구 절벽 해소 노력에 나서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출생 위기 극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찔끔’ 반등에 성공했어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1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 마지노선이 2.1명인데 ‘0명대’ 출산율에 갇혀 있다가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쟁력은 물론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저출생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일시적인 출산율 반등에 안주하지 말고 추세적 상승 흐름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주거, 일자리, 보육·교육 제도 개선과 일·가정 양립을 망라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출산·육아 친화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국회는 저출생 대책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을 위해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민관정이 뜻을 모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파격적인 출산·보육 지원 대책들을 세우고 총력을 기울여 실행해야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이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고 인구 소멸 시계를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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