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본 트럼프 트레이드의 미래[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

■우리PE자산운용 부문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필자는 여의도 생활을 정확히 30년째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금융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여의도에서 증권회사, 보험회사, 자산운용사 및 은행계열 사모전문회사에서 각각 애널리스트, 자산배분가, 펀드메니저로 일해왔다.


30년 근무기간 중 3년 동안은 정책금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스타트업 투자업무를 총괄했다. 민간금융기관과 공공기관, 애널리스트와 펀드메니저 등 경력이 다채로워 보이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일관되게 했다는 점이다.


만나는 사람이 비교적 다양하지만 대화의 소재로서 투자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은 필자가 여의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소재를 끌어내 독자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소재의 원천이 점심식사 자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술이 곁들인 저녁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소속된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주요 임원진과 나누는 가벼운 티미팅일 수도 있다. 직원이 업무적으로 또는 재테크 차원에서 금융자산 투자에 대해 문의하는 것도 포함된다. 주요 연기금, 은행, 보험, 정책기관 등과의 커피좌담이 소재 원천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각양각색의 다중 소통방식이지만 법인 및 개인정보 보호는 철통이고 주제는 투자, 또는 그 주변 얘기로 국한한다.


요새 여의도는 바쁘다. 올 한해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평가도 받아야 한다. 회사도 그렇고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올 한 해의 성과만 다루지 않는다. 계속기업으로서 올 한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도에 더욱 성장하기 위한 플랜을 동시에 짜야 한다.


사업계획을 작성하기 위한 첫출발이 내년도 경제 및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밑그림 짜기다. 우리PE자산운용도 미국 대선 바로 직전에 국내저명한 이코노미스트를 초빙하여 25년도 경제전망, 금융업권별 주요 이슈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듣고 브레인스토밍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의 견해를 요약하면 1) 25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겠으나, 유로존 경기개선, 인도-아세안 등 신흥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세계경제성장률이 24년 3.2%에서 3.3%로 소폭 개선될 것이다.


국내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완화되며 내수가 개선되겠지만, 반도체 및 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둔화되며 24년 2.5%에서 25년에는 2.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공급측에서의 국제유가 하락, 수요측에서의 경기둔화 등으로 물가압력이 동반 완화되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미국 경기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우호적으로 전망했다. 업권별로는 내년도 금리하락 등으로 카드-캐피털-증권업 실적은 개선되고, 은행-자산운용-보험업은 중립적이고, 부동산신탁-저축은행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필자의 의문은 트럼트가 당선되었을 때 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우려했던 내용이다. 라가르드는 9월 IMF 연차총회 연설에서 100년 전 미국의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대공황은 여러가지 원인이 결합되어 발생했지만 1920년대 이후 자동차, 가전 등 신기술에 의한 공급확대가 유효수요를 크게 초과한 결과이고, 경쟁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가로 외부 수요로도 부족분을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관련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유사성이 아른거린다.


AI 산업의 성장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투자속도를 보면 두려움을 야기할 정도다. 데이터 처리 방법이 전기나 열을 수반하지 않는 인간 뇌의 데이터처리 방식과 유사하게 발전한다면 지금의 데이터센터 처리방식은 수익성 우려를 야기하며 공급과잉으로 귀결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는 트럼프의 행정부 각료 인선 내용을 보면 단순한 수사를 넘어 추진 가능성이 한층 가까워진다.


이러한 우려를 희석시키는 요소도 있다. 라가르드 역시 당시의 금본위제와 다른 현재의 유연한 중앙은행 통화정책 수행능력에서 희망을 찾았다. 무엇보다 트럼프 지근거리에 있는 일론 머스크의 등장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다른 특징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야기하며 국가간 환율전쟁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고금리 수준이 지속되면 재정적자도 가일층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머스크의 아이디어가 행정부 효율화, 규제완화, 전기차 등 신재생 정책, 새로운 수요 확장요소인 우주항공 등을 통해 이른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치트키가 될 수 있다.


트럼트가 당선되고 나서 미국 금융시장은 우려와 달리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트레이드의 지속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면 대공황, 또는 트럼프 커렉션(correction, 트럼프 트레이드에 대한 반작용) 우려를 크게 완화시켜 줄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둘 사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돌출변수에 의해 흔들릴 위험이 계속 내재한다는 점이다. 라가르드식 최악의 가정이나 최소한 트럼프 커렉션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돌출행동으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캐릭터 간에 형성된 전략적 동맹관계가 외줄타기로 변하지 않길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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