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의지냐, 길들이기냐…금통위 앞두고 뒤숭숭한 한은

이창용 총재 차기 총리 거론에
한은 수장 친정부 인사 교체설
내부선 독립성 훼손 우려 나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오르내리면서 일부 한은 임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 총재의 해외 경험을 근거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고 양극화를 타개할 수 있는 적임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해 한은을 길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한은 총재가 임기 만료 이전에 행정부 쪽으로 이동할 경우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가 차기 총리 쇼트리스트(최종 후보)에 들어갔다는 확실한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은도 어떤 입장이나 행동을 취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이 (이 총재를) 언급한 것 같은데 총재는 별생각이 없는 듯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불편한 내색이 역력하다. 8월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이 “금리 결정은 한은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에는 한은이 금리를 내렸지만 이달에는 환율 문제로 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한은 총재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통화정책이 중요한 상황에서 4년 임기인 한은 총재직을 마치지 못하고 자리를 옮기면 어떤 식으로든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은 출신인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총재는 정부와 보폭을 맞춰오면서도 중립을 지켜온 인물"이라며 "그런데 정부 요직에 총재를 앉히고, 후임에 친정부 인사가 들어선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한은에서 쌓아온 연구 등을 보면 충분히 국정을 운영할 능력은 된다고 본다”며 “한은에서 바로 옮기는 것과 후임에 누구를 앉힐지가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 총재가 교육과 집값, 농산물 등 다양한 구조적 이슈에 대해 앞장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온 만큼 국정을 잘 이끌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서울 집값 잡으려면 강남 학생 대입 상한 둬야” “선분양이 부동산을 로또로 만들었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해왔다. 저성장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양극화 해소 같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순 전 부총리 등 정부 인사가 한은 총재가 된 적은 있지만 이번은 이례적인 하마평”이라면서도 “적격자라면 그 순서나 내용이 크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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