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김준수(33)는 ‘창극 아이돌’이다. 한 방송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국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전통음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준수가 ‘떴다’는 소문이 들리면 국립창극단의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된다. 그는 최근 어떤 소리꾼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달 3~6일에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창극 ‘리어’ 공연을 마쳤고, 다음 달 ‘마당놀이 모듬전’ ‘완창 판소리’ 등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런 김준수가 이달 9일 바쁜 시간을 쪼개 방문한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영동군의 영동청소년수련관이다. 컨디션을 관리해야 할 완창 판소리 공연을 앞두고 지방의 중학교에 간 이유는 청소년 교육을 위해서다.
“학교에서 열린 한 공연에서 판소리를 처음 듣고 저도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판소리라는 장르를 만나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서의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남산국악당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소리꾼 김준수는 혹여 목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쉴 새 없이 ‘학교 내 예술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악은 접하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재능이 있어도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며 “청소년들이 만나는 예술 장르는 한 쪽으로 편중돼 있는 만큼 국악 교육을 통해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꿈의 극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꿈의 예술단’의 일환으로 아동·청소년에게 극예술분야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이다. 김준수는 올해 꿈의 극단 홍보대사로 위촉돼 영신중학교의 국악관현악단 동아리를 찾아 판소리 경험을 나누며 전통 예술을 통해 미래의 꿈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낯선 창극, 한 발짝 다가서기’라는 이름의 해당 수업에서 김준수는 가장 대중적인 판소리인 춘향전의 ‘사랑가’를 지도하며 학생들과 교감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그를 아쉽게 만든 건 ‘시간’이었다. 김준수는 “판소리를 불러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인 만큼 무척 참여도가 높았고 재능이 엿보이는 아이도 있었다”며 “청소년들이 케이팝 음악은 서슴 없이 부르고 따라하지 않나, 판소리 역시 자주 접해야 그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문화예술분야 교육은 학교 수업보다는 사교육 위주의 엘리트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극단 등으로 이뤄진 ‘꿈의 예술단’은 이같은 예술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이뤄져 소득·지역 격차와 관계 없이 더 많은 어린이, 청소년이 예술 교육을 받고 삶의 풍요로움을 향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많은 예술 분야 중 전통음악, 특히 창극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준수는 “창극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 같은 예술”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고유의 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한국 문화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창극은 현대적인 해석과 융합도 가능하다”며 “창극을 배우면서 단순히 전통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을 더해가는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꿈의 극단과 같은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되고 확대돼 정기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무대 예술 경험을 통해 꿈을 꾸고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표현할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극이나 창극 같은 예술활동은 아이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협동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며 “기회와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놀이를 통해 창극을 해 보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무대에 서는 경험을 넘어 개인,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표현해보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