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美 맞서 독자생태계 구축 올인…R&D에 매출 20% 쏟는다

[속도내는 中 기술자립] <1> 2035 기술강국 건설 '액셀'
美, 더 세진 '中 때리기' 불보듯
'메이트70' 통해 OS 독립 과시
애국소비 발판 애플 턱밑 추격
장비 제재 탓 수율은 20% 그쳐
직원 절반 이상 연구개발에 투입

위청둥 화웨이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열린 브랜드 기념식에서 ‘메이트 70’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화웨이 라이브방송 캡쳐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9년 1월 미국 검찰은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 회사를 이용한 혐의 등으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멍 부회장은 밴쿠버 자택에만 머무르다가 2년 9개월 만인 2021년 9월 캐나다에서 풀려나 중국으로 돌아왔다. ‘구국의 영웅’으로까지 불리며 금의환향한 멍 부회장은 곧바로 화웨이로 복귀했고 2023년 4월부터 6개월간 순환회장을 지냈다. ‘미중 갈등의 상징’인 멍 부회장은 10월부터 순환회장으로 복귀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결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이지만 대중 제재만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을 통제해온 미국은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과 관련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막기로 했다. 미국의 고사 작전을 피하기 위해 중국은 기술 자립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35년까지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위해 기술 자립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가 기술 굴기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기술 자립의 최전선에 서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SMIC와 협업해 생산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기린 9000s’를 사용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9월에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인 ‘메이트 XT’까지 선보였다.


자체 기술력으로 신제품을 출시해온 화웨이는 26일 ‘메이트 70’을 통해 다시 한 번 기술 경쟁력을 과시했다. 위청둥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훙멍(하모니) 운영체제(OS)와 새로운 하드웨어 구성을 통해 전반적인 성능이 40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메이트 70은 사전 예약만 300만 건을 돌파했고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내년에도 7나노 공정을 뛰어넘는 칩 생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화웨이가 현재 기술로만 주력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AI 반도체와 OS, 스마트폰 단말기 생산으로 이어지는 화웨이의 가치사슬이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15.3%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며 2위인 애플(15.6%)을 근접한 수치로 따라잡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화웨이에 폴더블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넘겨주기도 했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에서 스마트폰 애국 소비를 보험 삼아 화웨이가 기술 자립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AI 칩의 경우 신흥시장에서 고가 가속기 대안으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OS에서도 메이트 70을 시작으로 완전 독립에 나섰다. 2019년 미국의 제재로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 접근이 제약을 받자 자체 OS인 훙멍(하모니) 개발을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기존에 안드로이드 앱과 호환되던 훙멍과 달리 훙멍 넥스트는 안드로이드를 아예 지원하지 않는 폐쇄형이다. 애플의 iOS처럼 독자 생태계 구축을 준비해 이미 1만 5000개 이상의 전용 앱을 개발했다. 향후 1년 내에 자체 앱 수를 10만 개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위 CEO는 훙멍을 통해 스마트폰·태블릿PC는 물론 훙멍이 장착된 차량을 컨트롤해 애플도 이루지 못한 화웨이 생태계를 만들어냈음을 강조했다.


화웨이의 이 같은 기술 자립은 모든 역량을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화웨이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29.5%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3.7% 감소했다. 매출원가와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R&D 비용도 10.8%나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21.7%나 된다.


화웨이 전체 직원의 55%인 11만 4000명이 R&D 인력으로 분류될 만큼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화웨이는 2만 5000명의 R&D 인력이 근무하는 둥관 R&D 캠퍼스에 이어 최근에는 상하이 칭푸구에 롄추후 R&D 캠퍼스를 추가로 열었다. 렌추후 캠퍼스는 100억 위안(약 1조 9240억 원)을 투입해 총 3만 5000명의 인력을 채용해 AI·반도체 등의 기술 연구를 맡을 예정이다.


화웨이의 이 같은 노력은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6494건의 국제 특허를 출원해 2017년부터 1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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