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시 강서구 생곡산업단지 내 유일산업 공장. 플라스틱을 분쇄하는 기계가 굉음을 내며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 작업공간 내 한쪽 벽면에는 납작하게 눌린 페트병 더미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런 페트병이 한 달에 400~500톤가량 공장에 들어온다. 페트병은 비중 분리와 광학 분리 과정을 통해 선별된다. 비중 분리를 통해 병과 뚜껑이 분리되고, 이후엔 광학 선별기를 통해 4종류의 플라스틱(PET, PS, PP, PE) 종류별로 분리한다. 선별된 플라스틱을 분쇄한 뒤 세척과 탈수를 거치면 쌀알같이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인 플레이크가 된다. 유일산업 직원은 “페트병 뚜껑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내장재나 비닐 포장재 등으로 모두 재활용된다”며 “초기 페트병 중량의 90% 가까이가 모두 재활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인근에 유일산업과 같은 재활용 처리전문업체와 연구기관은 수십 곳에 달한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분산된 탓에 폐플라스틱 운송과 재활용 중간재인 플레이크 공급 등의 시차가 발생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이에 ‘포스트-플라스틱 자원순환 클러스터’를 조성해 플라스틱 재활용 집적화에 나서기로 했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처리까지 전 주기 업체를 한곳에 모아 자원 순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조성되고 있는 자원순환 클러스터는 전국에서 부산이 유일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클러스터에 벤처 기업과 같은 창업 기업들이 모여 연구개발(R&D)을 함께 할 수 있고, 사업화 단계에 이르면 부산시 산업단지에 입주해 사업화도 가능하다”며 “신생 기업도 클러스터에 입주해 기술적 자문, 연구 인력과 장비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변 산업단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자원순환 클러스터와 관련 2028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조성한 부지 면적은 총 2만 6400㎡에 달한다.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재활용 업체의 창업, 사업화, 산·학·연 연계, 실증 단지 조성 등의 기능도 함께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연구개발(R&D)과 경영개선, 기술 인·검증도 지원한다. 지역 소재 관련 기관과 기업이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중국발 플라스틱 처리 대란 사태’와 같은 환경재난도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 2017년까지 전세계 폐플라스틱의 40%가량을 수입하는 등 한국·일본 등의 폐플라스틱 처리에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국 내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2018년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격 금지하면서 세계 주요국이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급격히 늘어난 폐플라스틱에 대한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재활용 처리시설의 확대 필요성 등이 제기됐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자원순환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은 모두 자원순환 클러스터로 모이게 된다”며 “폐플라스틱에 대한 수거·재활용·재생산 등이 원활하게 이뤄져 환경재난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클러스터의 연구 개발 기능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들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라며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을 통한 물리적 선별·파쇄 기술 개발·지원을 도울 예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