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재가했다. 김 여사 특검법이 삼권분립에 어긋나며 ‘선수가 심판을 선택’해 사법 시스템의 본질에 반하는 법안이라는 것이 이유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다음 달 10일 열기로 했다. 여권 내분 상황을 보고 이탈표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알림을 통해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세 번째로, 법안 기준으로는 취임 후 25번째 거부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특검법이 기존 두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 법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덕수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대법원장이 행사하는 방식으로 수정됐지만 야당이 무제한으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검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해 보충성·예외성 원칙을 훼손한다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역시 다섯 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수사 대상’을 고발한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권까지 행사해 사실상 고발인이 수사기관과 수사 대상을 선택할 수 있어 사법 시스템을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선수가 심판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을 거치게 됐다. 재표결은 재적의원(300명)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한 법안은 폐기된다. 현재 여당이 현재 당원 게시판 내홍을 겪고 있지만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이탈표가 쏟아질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민주당은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곧장 특검법을 고리로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다음 달 10일 열기로 했다. 민주당 내에서 여권 내분 상황을 지켜본 뒤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정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한편 여야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국정조사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추천은 좀 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보고된 뒤 4일 본회의에서 표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