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벌써부터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멕시코·캐나다 이민자들이 범죄와 마약을 미국으로 끌어들인다며 “(내년)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펜타닐 등 마약의 미국 유입을 이유로 “모든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에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대선 공약인 60%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에 10%를 더 얹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관세장벽이 가시화하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다.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미국 ‘관세폭탄’의 사정권에 있다. 당장 멕시코 공장을 북미 전초기지로 삼는 전자·자동차·철강 등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한 트럼프는 한국에 역대급 대미 무역 흑자 개선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기 위한 지렛대로 관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쇼크는 국내 경기에도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6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2월 전망치는 97.3으로 3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며 기업들의 부정적 경기 전망을 반영했다.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심리지수 중 경기전망지수도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 우려에 7포인트 급락한 74를 기록했다.
‘트럼프 스톰’을 극복하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 경쟁력과 정교한 협상력으로 관세장벽을 뚫어야 한다.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협조를 요청한 조선업처럼 미국이 필요로 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를 대폭 늘려온 성과를 선제적으로 알릴 필요도 있다. 대외 리스크 못지않게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책 불확실성 해소도 시급하다. 거대 야당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총주주를 추가한 상법 개정안 추진을 멈추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의 통과에 협조해 정책 리스크를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