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에게 "남자친구와 피임을 신경 쓰라"며 건넨 조언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해 내린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직원 A씨가 전당장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A씨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고 25일 밝혔다.
1심 법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해 A씨에게 내린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2심 법원 또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22년, 동료 직원 B씨가 남자친구와 결혼 시점을 미루고 싶다고 얘기하자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애들이 임신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서두를 목적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으니 피임에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A씨는 강조했다.
이후 내부 고충심의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다. 문화전당 징계위원회는 A씨의 행동이 성비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견책'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청 절차를 거쳤다. 이후 '불문 경고'로 감경됐으나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는 발언이 대화 맥락상 성희롱에 해당되는가 여부였다.
앞서 1심 법원은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고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어 보이기는 하나 '피임' 관련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결혼·출산·육아·휴직 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은 데 대해 A씨가 조언이나 충고하기 위한 의도에서 발언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성희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에 대해 전당 측은 "'피임'이라는 단어는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인 성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피해자가 듣기에 매우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피해자는 '실제 성적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고가 피해자에게 피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발언이 피해자가 원고에게 기대한 조언의 범주 내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문화전당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