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관세 위협을 떨쳐내고 상승했다. 전날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이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지는 대신 이를 일종의 협상전략으로 풀이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휴전 합의에 도달해 지역의 긴장이 일부 완화된 점도 투자자 심리 상승에 기여했다.
26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3.74포인트(+0.28%) 오른 4만4860.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4.26포인트(+0.57%) 상승한 6021.6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19.46포인트(+0.63%) 뛴 1만9174.30에 장을 마감했다. 해리스파이낸셜의 파트너인 제이미 콕스는 “시장은 이같은 관세 발언이 그대로 이행된다기 보다는 과장하는 협상전략에 더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실제 적용될 관세보다 발언과 예고가 훨씬 더 강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의 멕시코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개별 주식들은 하락했다. 포드와 제네럴모터스(GM)은 각각 2.63%, 8.99% 떨어졌다. 주류회사 콘스텔레이션브랜즈의 주가는 3.34% 하락했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코로나와 모델로 등의 맥주를 전량 멕시코에서 수입해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제품 수입가격이 높아져 점유율이나 이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주요 가상자산은 지난주 급등세가 꺽인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3% 떨어진 9만1837 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는 4.8% 내린 3320달러를 기록했다. 퀀텀이코노믹스의 설립자인 마틴 그린스펀은 “10만 달러는 여전히 강력한 심리적 장벽”이라며 “10만 달러를 넘기 위한 다음음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잠시 하락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가 전날 발표한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만으로도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무가지수가 1%포인트 가량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메모에서 “실효관세율이 10%포인트 상승할 때 마다 근원 PCE는 0.1%포인트 오르는 것이 우리의 경험 법칙”이라며 “(전날 발언한) 관세 인상이 시행된다면 근원 PCE는 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보다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1.7로 전월보다 21.포인트 늘었다. 다우존스 추정치 111보다 높다. 고용시장의 호조로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별도로 발표된 미국 10월 신규주택판매는 61만 가구로 전월 73만8000 가구에서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 72만5000달러보다 낮았다. 이는 당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따라 오른데 따른 영향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많은 참석자들은 중립금리의 수준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긴축 수준의 평가를 복잡하게 했으며, 점진적인 정책 완화를 적절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라고 소개했다. 물가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중립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도 얼마나 높은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인하 속도를 서두르다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 보다 더 낮추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점진적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7일 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스몰컷)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큰 변화가 없거나 소폭 상승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과 같은 4.258%에 거래됐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9bp(1bp=0.01%포인트) 오른 4.301%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콧 배센트가 재무장관 후보에 지명됐다는 소식에 전날 가격이 급등(=금리 하락)했지만 이후 트럼프가 관세 예고 발언을 하면서 금리 하락세가 중단됐다.
뉴욕유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휴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하락 반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17달러(0.25%) 낮아진 배럴당 68.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20달러(0.27%) 하락한 배럴당 72.81달러에 마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내각 회의를 주재한 후 영상 연설을 통해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WTI 종가가 체결된 뒤 영상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다면서 휴전은 현지시간으로 다음날 오전 4시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