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합병 속도…SK·CJ, 웨이브에 2500억 베팅

콘텐츠 경쟁력 위해 자금 공급
티빙과 서비스 통합 명분 강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 최대주주인 SK스퀘어(402340)와 CJ ENM(035760)이 웨이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 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는 동시에 합병에 대한 명분도 강화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스퀘어와 CJ ENM은 웨이브에 각각 1500억 원과 1000억 원을 투자한다. 양사는 웨이브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나눠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기존 웨이브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향후 CB 전환시 지분율을 더욱 확대하게 될 예정이며 CJ ENM은 신규 주주로 합류하게 된다.


SK스퀘어와 CJ ENM이 웨이브 투자에 나선 것은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와 티빙은 양 사 주주들 대부분이 합병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지만 티빙 지분 약 13.5%를 보유한 KT(030200) 측에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와 CJ ENM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작업에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J ENM이 웨이브의 신규 투자자로 참여함으로써 OTT 합병에 대한 명분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KT는 SK스퀘어와 CJ ENM이 국내 OTT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합병에 대한 결정을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스퀘어와 CJ ENM이 티빙이 아닌 웨이브에만 투자를 집행한 배경도 주목된다. 각각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티빙에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선 주요 주주인 KT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다. 두 OTT의 합병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KT가 이번 투자에 대해서도 동의해 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SK스퀘어와 CJ ENM의 웨이브 투자로 인해 향후 두 OTT가 합병할 경우 보유하게 되는 지분율은 기존보다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또 웨이브에 대한 지배력을 대폭 강화한 SK스퀘어와 CJ ENM 중심으로 서비스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 관계자는 “CJ ENM과 사업적 협력을 위한 전략적 공동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