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시점을 다음 달로 미루면서 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약 2주의 여유가 생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를 특검하라는 압도적인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여당도 정권과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공존·공생하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한 대표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대통령 부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입장에서 김 여사 특검이 부결되면 한 대표의 쓸모도 사라진다. ‘토사구팽’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 부결 이후 윤 대통령에게 버림받는 신세가 되기 전에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설득해 찬성을 결단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야당은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섣불리 표결에 부치느니 본회의 일정을 미뤄 그 안에 한 대표 측을 최대한 돌려세우는 것이 낫다는 민주당의 판단이다.
다만 아직까지 정치권에서는 특검법 통과에 필요한 여당 내 8명의 이탈표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여당에서) 개인적인 이탈표가 발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여당 내에서 윤 대통령만 보고 달려가다가 같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표출돼 한 대표를 중심으로 조직적 이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 꼼수에 맞서 여당도 이탈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단일대오를 자신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소한 (저와) 대화를 나누는 의원들은 (특검법 반대) 단일대오에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또 기자들과 만나 ‘이달 28일로 예상됐던 특검법 재표결이 다음 달 10일로 미뤄지는 상황 변화가 있는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