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333 계획


2012년 여름,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그의 투자회사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한 일본인 석학을 만나러 미국 예일대 캠퍼스로 갔다. 당시 일본 야당인 자민당의 유력 차기 총재 후보였던 아베 신조의 경제 고문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다. 훗날 ‘아베노믹스’ ‘세 개의 화살’로 불리게 될 하마다의 경제 구상을 들은 CIO는 일본의 과감한 정책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을 간파했다. 그 후 일본과 뉴욕을 오가면서 투자 기회를 살핀 그는 엔화 약세에 과감하게 베팅해 3개월 만에 약 10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일본 부활’을 주도한 아베 전 총리의 추종자가 됐다. 그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낙점된 스콧 베센트다.


베센트는 올 6월 미국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행사에서 세계경제 재편 구상을 거론하면서 ‘미국판 세 개의 화살’이라고 할 수 있는 ‘333’ 계획을 제시했다.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은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이었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333’은 2028년까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낮추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하고, 에너지 생산을 하루 300만 배럴 늘린다는 것이었다. 성패는 미지수다. 아베의 ‘세 개의 화살’도 결국 과녁을 빗나가지 않았던가. 다만 ‘333’ 계획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를 압도하는 부강국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 2기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려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 목표도 이에 못지않게 야심 찼다. 하지만 민간 주도 혁신과 규제 혁파로 4%대의 잠재성장률과 재정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당초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돼가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나라 살림은 더 나빠졌고 경제성장률 2%대 사수도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지기 전에 정책 재정립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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