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본 확충 문제를 놓고 충돌했던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이번에는 부동산 정책대출 이차(利差)보전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차보전 금액이 부족해 은행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손실 보전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양 측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가계대출을 조절하려는 당국과 서민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려는 국토부 간 입장 차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조율해서 일관된 정책방향을 제시할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와 국토부는 정책대출 이차보전이 적정 규모인지에 대해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 측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몇 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책대출 이차보전 사업은 은행이 ‘디딤돌 대출’이나 ‘버팀목 대출’ 같은 낮은 금리의 정책대출을 해주면 정부가 은행 자체 상품과 정책대출 간 금리 차이를 고려해 손실을 6개월마다 메워주는 것이다. 다만 상품 간 금리 차이를 최대 0.99%까지만 인정해 손실 전액을 보전하지는 않는다. 올해 시중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디딤돌 대출 금리 차는 1~2%포인트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1%포인트가량의 이자비용을 감내한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최근 들어 정책대출 공급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은행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정부 내부 전망치에 따르면 정책대출 평균잔액(은행 취급액 기준)은 내년 115조 6577억 원으로 올해보다 79.3%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책대출이 30년 만기의 장기 대출 상품인 만큼 만기까지 매해 손실이 누적되다 보면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대출은 장기로 이뤄지는데 이차보전은 6개월마다 이뤄져 사실상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설계된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금의 ‘미스매치(기간 불일치)’로 금리가 급변하는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정책대출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차보전이 충분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은행이 자발적으로 정책대출을 취급하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정부가 정책대출을 취급할 수탁은행을 모집할 때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이차보전 상한선이 있기는 하지만 시차를 두고 손실을 추가 보전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은행이 정책대출을 취급해 손실을 입는다면 취급하지 않으면 된다”면서 “수탁은행이 되려고 입찰 경쟁까지 벌어지는 판인데 이차보전이 미흡해 손실이 크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