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만난 이복현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만 올려"

금감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단기성과·온정주의적 조직문화 비판
이사회 기능 강화 필요성 강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 단체장들과 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향해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왔다”며 쓴소리를 냈다. 또한 “금융회사 내 온정주의적 조직문화로 구성원의 윤리의식이 저하되면서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 원장 주재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열어 은행지주의 경영상 취약점과 내년 은행지주의 당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장기 경영전략·혁신의 부재와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금융포용 등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일관된 혁신 노력보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부동산 및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여신운용, 점포·인력축소 등을 통한 비용절감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온 측면이 있다”며 “이로 인해 고객보호,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특정금전신탁 내 주가연계증권(ELS)·상장지수펀드(ETF) 잔고는 2021년 말 33조 4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3조 8000억 원으로 늘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관련대출 비중은 2021년 말 69.1%에서 올 9월 말 기준 75.2%로, 기업대출 중 부동산업종 비중은 같은 기간 17.7%에서 18.1%로 증가했다. 중기대출 중 담보·보증 비중 역시 같은 기간 78.5%에서 80.7%로 상승했다. 국내은행 점포는 2021년 말 6121곳에서 지난달 말 5690곳으로 축소됐으며 인력도 2만 명 넘게 줄었다.


이사회 감시·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도 취약점이라고 짚었다. 이 원장은 “해외진출, 자회사 인수 등 은행지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경우 회사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진 권한집중 및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관행이 공고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작년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온정주의가 아닌 ‘준법의식·신상필벌’의 조직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에 아직도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이는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를 통해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귀책직원에 대한 엄정한 양정기준을 적용하는 등 준법의식·신상필벌 강조의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년 은행지주의 당면 현안으로는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 △금융지주 책무구조도 시행 등 내부통제 강화 △자율적인 상생금융‧사회공헌 노력 등을 꼽았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별 상황에 맞는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과 함께 잠재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도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자회사의 투자·유동성·신용위험 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그룹 경영계획 심의시 자회사별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조달·운용, 자본계획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계대출 관리 등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자회사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되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권 자율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2금융권 관리계획도 함께 점검해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잠재리스크 현실화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자금공급 등이 위축되지 않도록 은행 등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자회사 인수나 밸류업 계획 추진 시 은행지주 재무건전성 영향 등을 면밀하게 점검한 후 이사회에서 균형감 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책무구조도가 시행됨에 따라 지주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로서 자회사 내부통제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견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내부통제 지출을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련 인적·물적자원 투자 등을 통한 자회사 내부통제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을 겨냥한 듯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사항 안착과 임원 친인척 특혜대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등에 대해서도 지주 차원에서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은행지주의 상생금융·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해서는 감사의 듯을 표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기준 1조 6000억 원의 사회공헌 활동 등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12월 발표한 2조 1000억 원 규모 이상의 민생금융지원방안 등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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