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의 반란?…부총재 20년만에 소수의견

[한은 깜짝 금리인하]
2004년 이성태 부총재 이후 처음
당시 금통위원·집행부 이견 심화
이창용 "본인 의견 제시한 것" 일축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사진 제공=한은

한국은행의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반대한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집행부인 유상대(사진) 부총재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부총재의 경우 총재와 뜻이 다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인하를 금통위의 ‘반란’으로 보는 시각과 총재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의견이라는 생각이 맞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금통위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와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크지 않았지만 성장과 외환시장의 안정 간 상충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나온 소수 의견은 유 부총재와 장용성 금통위원으로 알려졌지만 관심은 유 부총재에게 쏠린다. 실제로 한은 부총재가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소수 의견을 낸 것은 200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성태 부총재는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반발해 동결이 적절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그러나 다른 금통위원 5인이 금리 인하에 찬성하면서 금통위는 콜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인하했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관계자는 “이 부총재가 정권에 반기를 든 사건으로 통하는데 금통위원들도 금리 동결을 원하는 한은 집행부에 대항한 것으로 알려져 ‘금통위의 반란’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승 총재도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통위원들의 수에 밀려 별도로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은 이번에도 엇비슷하다.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찬성을, 2명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이 총재가 자신의 의견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본인의 생각과 관계없이 방향성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어떤 의견이었을지는 해석의 부분이겠지만 총재가 공식적으로 개인 생각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총재는 과거의 상황과 지금이 같다는 분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와 같이 한은 집행부와 금통위가 대립한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집행부가 장단점을 보고했고 금통위원들이 본인의 의견으로 제시했다”며 “부총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제가 총재로 취임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부총재의 소수 의견이 잘 없었던 일이지만 과거 패턴으로 현재를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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