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텔에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 지급을 확정하면서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 지분 매각에는 제한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를 계획 중인 가운데 보조금을 받은 후 ‘완전 매각’에 나서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반도체법 보조금 최종 계약 후 등록한 증권 신고서를 인용해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 시 지분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보조금 계약을 맺으며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하더라도 인텔이 지분 50.1% 이상을 유지하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앞서 올 9월 인텔은 파운드리 분사 계획을 밝혔다. 파운드리 분사 후 외부 투자 유치와 장기적인 기업공개(IPO) 계획도 공개했다. 미 정부와의 보조금 지급 계약에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IPO에 나설 경우 적용되는 조항도 포함됐다. 로이터는 “인텔 파운드리가 상장해 인텔이 최대주주가 아니게 될 경우에도 인텔은 단일 주주에게 파운드리 지분을 35%까지만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 후 외부 매각이나 상장으로 타 기업에 경영권을 넘기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미국 내에서 건설 중인 파운드리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을 것과 미국 내에서 초미세공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러한 전제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반도체법 보조금이 인텔 파운드리 건설과 미국으로의 반도체 리쇼어링을 위해 제공되는 만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읽힌다.
다만 이 같은 단서 조항들로 인해 인텔이 극단적 수준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회사 자체를 매각하는 상황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인텔이 실적 악화를 겪으며 일각에서는 퀄컴 등에 주요 사업부가 매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분사와 외부 투자 유치로 자금난을 해결하려 했던 인텔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최근 인텔은 유럽 파운드리 일부 지분을 투자회사들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핵심 투자처인 미국에서는 제한이 걸린 셈이다.
인텔은 반도체법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혔으나 수주 저조와 실적 악화, 투자 미진에 따른 우려로 예상보다 적은 보조금을 받아내는 데 그쳤다. 미 정부는 당초 85억 달러로 약정했던 보조금을 79억 달러로 줄여 최종 계약을 맺었다. 110억 달러에 이르는 정책 대출도 30억 달러의 국방부 발주로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