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출자 허용해 퇴직연금 수익률 높여야” [시그널]

■송언석 의원실 주최 정책토론회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 제고 필요
자본연, '공모형 재간접 펀드' 방안 제시
업계 “벤처펀드 수익률 연 12.5% 안정적”
고용부, 신중모드 “후불임금 인식 강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남재우(왼쪽부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민주영 신영증권 이사,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 김재현 상명대 교수, 정유신 서강대 교수, 김부경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과장, 이권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 과장, 김성일 이음연구소 소장,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사진 제공=한국벤처캐피탈협회

국민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허용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진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퇴직금의 원금 보장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물가 인상 및 통화량 증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유동성(Lf)이 2014년 2721조 원에서 올해 5517조 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돈의 가치가 반 토막이 난 것”이라며 “지금처럼 통화량이 10년간 2배가 증가한다면 연 7%의 수익을 내야한다. 그것이 원금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382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07%로 물가 상승률(2.2%)보다 낮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의 수익률은 5%를 웃돈다. 퇴직연금이 다양한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퇴직연금의 자산 구성은 현금(예적금) 87%, 채권 9%, 주식 4% 수준”이라며 “이런 식의 운용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호주·영국 등 글로벌 선진국에서 퇴직연금 자산의 일부를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퇴직연금 ‘401(k)’은 자산의 86%를 비상장 주식을 포함한 주식에 투자해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퇴직연금의 비상장 주식 투자가 법으로 막혀 있다.


남 위원은 퇴직연금 벤처 투자 방법의 일환으로 ‘공모형 재간접 벤처펀드’를 제시했다. 그는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펀드를 공모 방식으로 설정하는 것과 같이 벤처펀드에 집중하는 재간접 펀드를 공모화하면 된다”며 “상장지수펀드(ETF) 상품과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위원은 “결국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와 유사하게 설정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세부 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벤처 투자 부문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대중적 인식과 달리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최근 10년간 연기금과 공제회가 출자해 청산한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연평균 12.5%”라고 말했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도 “저희가 현재 1조 원을 운용하는데 그중 공제회 출자 비중이 약 25%”라며 “그만큼 VC들이 리스크를 관리하며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아직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부경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인 예적금에 쏠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은 후불 임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노사의 사회적 합의도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