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투자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면서도 증시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의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게 이유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증시 수급의 단기적인 플러스 효과보다는 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음의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28일 코스피 시장은 한은의 깜짝 금리 인하 발표에도 0.06% 오른 2504.67로 마감, 2500 선을 겨우 사수했다. 코스닥 상승 폭도 고작 0.35%였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선반영한 상태”라며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금리 인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조차 투자 전략 세우기가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주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등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내수주도 대안으로 삼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증시 엑소더스가 심화하는 상황인 점도 부담스럽다. 다만 유통·소비재 등의 기업은 그나마 금리 인하가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고금리로 인해 내수 종목의 주가가 빠졌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출 기업보다는 국내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국가들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져 실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야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은 수출 비중이 높아 주요 국가의 경제 상황과 정책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존 시나리오대로 내년 4회 정도 금리 인하를 해주면 한국 등 주요국들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펼칠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금리 인하가 끝이 아닌 연속적 인하를 시사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해 실적주 중심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