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경영권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은 개인투자자의 의결권 대행 업무까지 맡고 있어 일반적인 주주 게시판과는 다르다. 개미의 표심이 경영권 분쟁 기업의 경영권 향배를 가늠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면서 관련 플랫폼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플랫폼 운영자들이 경영권 분쟁 기업과 일종의 유료 계약을 맺고 지분 경쟁에 개입하고 있어 이해 상충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의 운영사 컨두잇은 최근 고발을 당했다. 컨두잇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허권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 중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등과 유료 계약을 체결한 소액주주 플랫폼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의결권을 맡긴 소액주주의 지분이 크지 않은데도 시장에 상당한 지분을 모은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메시지를 유포했다는 것이다. 허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소액주주 컨두잇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착수금이나 성공 보수가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추진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액주주 플랫폼이 부각됐다고 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008930)·고려아연(010130)·대양금속 등 경영권 분쟁 기업이 빈발하고 있는 것도 소액주주 플랫폼의 몸값을 올리는 유인이다. 실제 관련 플랫폼만 해도 액트뿐만 아니라 비사이드·헤이홀더 등이 활동 중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대주주와 사모펀드(PEF) 등에 눌려 영향력이 미미했던 개미투자자가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돈을 받은 플랫폼이 과연 소액주주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의 한 변호사는 “소액주주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기업들이 알아서 소액주주 플랫폼 관계자를 접촉하는 추세”라며 “(플랫폼이)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고 있지만 일탈의 유혹에도 취약할 수 있는 만큼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