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수출하는 북한산 가발, 70%는 여성 강제노동 산물

북한인권시민연합 '메이드인 차이나 : 북한 교화소 노예제 부추기는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

2008년에 촬영한 전거리 교화소.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의 '외화벌이 효자 상품'으로 꼽히는 가발의 약 70%가 교화소에 수용된 여성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29일 발표한 '메이드인 차이나 : 북한 교화소 노예제 부추기는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에서 북송된 여성 탈북민이 집중 수용된 함경북도 전거리 12호 교화소의 강제 노동 실태를 밝혔다. 보고서는 전거리 교화소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탈북민, 전직 북한 검사, 경찰관, 국가보위성 요원, 세관 감독관 등 약 3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전거리 교화소는 당초 남성 일반 범죄자를 수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중국 내 탈북민이 대거 북송되며 전체 수감자의 80%가 여성인 북한 대표적인 여성 교화소로 바뀌었다. 연간 평균 1000여명의 여성 수감자를 수용하며 약 10개의 생산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폭행, 불법 처형, 작업병 등에 노출되지만 식량 및 의료 지원 부족으로 매년 4분의 1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허가를 보유한 북한의 국영 무역회사들은 함경북도와 인접한 나선경제특구를 통해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생산 하청 계약을 맺고 교화소에서 수출용 가발, 인조 속눈썹, 갈대 가방 의류 생산을 위탁한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공급된 원자재는 수감자 강제 노동을 통해 제작되며 완제품은 중국의 출료가공(국외 외주 가공무역) 제도를 통해 '중국산'으로 원산지가 세탁된다"며 "국제 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으로 유통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수감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과 가발 생산 속도를 감안하면 이들이 연간 9000개의 수출용 가발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해관 총서의 자료를 볼 때 2020년과 2021년 전거리 교화소의 가발 생산량은 북한 전체 대중 가발 수출 비중의 각각 42%,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전거리 교화소 수감자들의 강제노동은 2016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북한 정권에 약 122만6693달러(약 171억원)의 수익을 가져다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경제적 이득 추구를 목적으로 북중 간 공조를 통해 자행되는 재중 북한 여성 표적 체포, 이송과 수감 후 강제 노동을 위한 협력은 노예 무역 또는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 요소를 내포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