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르기도 전에… 여야의정協, 의학회·KAMC '잠정 탈퇴'에 좌초

전공의·야당 불참… 출범부터 '반쪽' 한계
2025·2026년 의대정원 논의 여부 '마찰'
與 '경북 국립의대' 신설 추진, 기름 부어

이진우(왼쪽) 대한의학회장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3차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정원 증원 이후 계속되는 의정갈등과 전공의 집단사직 후 의료공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여야의정협의체가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파행에 빠지게 됐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협의체에 참여한 의사단체들이 내부 협의 결과 탈퇴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할지 여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의견이 접점을 찾지 못한데다 여당이 경상북도 국립의대 신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 문제가 됐다. 두 단체는 1일 회의 후 협의체 탈퇴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정협의체는 의정갈등 이후 처음 정부와 의료계 간 공식 협상 창구로 출범 당시 주목을 끌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등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이라는 한계를 안았다. 결국 협의체는 구성에 필수적이었던 의사단체들마저 탈퇴를 선언하면서 논의를 본격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하는 운명을 맞았다.


30일 의료계 안팎에 따르면 최대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가 임원 회의에서 협의체 지속 참여 여부를 논의한 결과 탈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은 전날까지 이틀간 열린 임원 아카데미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KAMC는 전날 온라인으로 의대·의전원 학장·학원장 회의를 열어 협의체 탈퇴 여부를 논의한 결과 1일 국회에서 열리는 여야의정협의체 4차 회의 후 이종태 이사장이 최종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협의체 4차 회의에서 정부여당의 태도나 입장 변화를 지켜본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KAMC도 탈퇴를 결정할 전망이다.


두 단체가 협의체 탈퇴 쪽으로 입장이 기운 것은 수능 성적이 오는 6일 발표되는데도 정부가 의대 정원 논의를 두고 뚜렷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대한의학회는 협의체 3차 회의에서 4개 조정안과 2개 입장을 정부여당에 전달했다. 이들은 조정안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를 요구했다. 또한 모집요강 내 선발인원에 대한 자율성 부여와 함께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원자에 대한 선발 제한권도 요구했다. 두 가지 입장은 2026학년도 증원 유예와 그 이듬해 이후 정원에 대해서는 합리적 추계기구를 신설해 논의하는 것 등이다. 정부는 내년도 대학 모집인원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조정안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경상북도 국립의대 신설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점이 결정적으로 의학회·KAMC의 탈퇴 결정에 기름을 부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1월 26일 경북 안동에서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국민의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협의체 내부에서 의대 정원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의대 신설을 언급하자 의료계에서는 여당이 대화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크게 반발했다.


여야의정협의체는 애초 출범 당시부터 전공의·의대생들이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데다 의협도 참여하지 않아 대표성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의체 출범 소식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는 탓에 사태 핵심인 전공의들이 참여할 수가 없다며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았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학회와 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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