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내년 2% 성장도 쉽지 않다

올해 성장률 2.2% 달성도 난관
건설업 생산 금융위기후 최악
수출도 트럼프 리스크에 위태
시장선 "내년 1%대 중후반 성장"
재정·통화정책 효율적 조합 필요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하고 건설업 부진과 자동차 부품사 파업이 겹치면서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올해 성장률이 2.1%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지수는 113.0으로 전월보다 0.3% 줄었다. 9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광공업은 반도체가 전월에 비해 8.4% 증가했지만 자동차가 6.3% 쪼그라들면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사 현대트랜시스의 파업과 동희산업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로 9월(-0.7%)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건설업은 4% 줄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이상 축소된 것은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이다.


실제로 내수 한파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0.4% 감소하며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5.4%)와 운송장비(-7.2%) 부진에 5.8% 감소했다. 건설기성도 4%나 줄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는 지난달 기준 전월과 동일한 98.1로 8개월 연속으로 내림세와 보합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현재 경기가 후퇴 국면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진 100.6을 기록했다.


경기 부진에 세금도 덜 걷히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세수입은 293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조 7000억 원 줄어들었다. 세수 진도율은 79.9%로 역대 최대의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 10월 수치(76.2%)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 뒤 “‘완만한 경기회복’이라는 큰 흐름에서의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생산은 상대적으로 괜찮고 소비와 투자 역시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플러스와 마이너스 항목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 활동 지표 악화로 올해 2% 성장도 힘겹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식 전망치는 2.6%이지만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예상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급격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이유로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예측치로 각각 1.9%와 1.8%를 제시했다.


시장의 전망은 이보다 더 부정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1.8%와 1.7%를 내놓았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11~12월 지표가 흔들리면 올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를 하회할 수 있다”며 “한은이 내년도 성장률 예상치로 1.9%를 제시했는데 이 역시 다소 긍정적인 전망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언제까지 버틸지도 관건이다.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고정 거래 가격은 1.35달러로 전월(1.7달러)보다 20.6% 하락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범용 제품 저가 판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10~20%의 보편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93억 달러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한국은 고사양의 반도체를 수출해 중국과 품목상 크게 겹치지 않는다”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통화정책만으로는 내수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대학 교수는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소비보다 주택 쪽으로 자금이 이동해 소비 확대 여력이 기대보다 많이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재정 확대에 당위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순한 재정 확장보다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예산을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금 살포식 재정 운용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책 조합 측면에서도 재정·금융·통화 당국 간 공조가 보다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재정 당국에서는 긴축 재정을, 금융 당국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를, 통화 당국은 고금리 정책을 펼쳐왔다”며 “각론에서 보면 각 부처의 대응에 타당성이 있었지만 종합적으로 따지자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재정 긴축을 병행하는 정책 조합을 펼친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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