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상법 개정’…어떻게 결론 날까 [선데이 머니카페]

여야 등 각계각층 찬반 극명히 갈려
정부는 자본시장법으로 절충안 준비
합병 등 이해상충 사례에 집중 적용
투자자 여론·기업 변화 등 변수 여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 한국거래소의 발표를 듣고 있다. 뉴스1

올해 내내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상법 개정이 결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을 찬성하는 진영이나 반대하는 진영 모두 총력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연내 처리를 공언한 가운데 정부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로 하면서 어떤 방식이든 곧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 대상인 상법 조항은 제382조의 3입니다. 해당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 등을 추가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렇게 되면 합병 등 의사결정에서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때 일반주주 이익까지 고려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상법 개정이 화두로 떠오른 건 올해 1월 한국거래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상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이후부터입니다. 이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어 받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상법 개정 관련 내용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22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상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한 데 이어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8일 하루엔 상법 개정안을 놓고 각계각층에서 여러 목소리를 동시에 냈습니다. 당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법 개정 의지를 강조했고, 오후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한쪽에선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배구조 관련 세미나를 열고 상법 개정안 반대 목소리를 내는 동안 반대편 진영에선 기업거버넌스포럼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투자자 등 109명의 공동 성명서를 통해 상법 개정을 완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낸다는 계획입니다. 아직 공식 발표되기 전이지만 금감원이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참고하면 대략적인 방향은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법체계와 함께 비상장사를 포함해 102만 기업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법 대신 약 2400곳에 달하는 상장사에만 적용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는 겁니다. 기본법인 상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정이 쉽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을 통해 상장법인의 합병 등 자본거래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되 구체적인 절차 의무를 부여해 이를 지키기만 하면 이사의 면책을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상법 개정으로 우려되는 소송 남발이나 경영 위축 등 부작용 우려를 줄이면서도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절충안인 셈입니다.


상법 개정을 요구하는 측에서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모든 사안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합병, 분할, 자기주식 처분, 내부거래 등 이해충돌 상황에서만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도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주주 보호 원칙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사안이 있을 때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극적 타협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이재명 대표가 이번 정기 국회 안에 상법을 개정하겠다면서도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굳이 상법 개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입니다. 이 대표도 “상법이 광범위하게 일반적인 법이기 때문에 비상장인 소규모 기업이나 가족회사까지 적용할 것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론 다수의 일반 주주가 있는 회사에 적용하는 것이 맞고, 그러면 자본시장법에 집중하는 것이 체계적으로 맞다”고 말했습니다.


상법 개정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 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당시와 달리 이번엔 대다수 투자자들의 여론이 민주당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물러설 가능성도 그만큼 적어 보입니다.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반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기업에 대한 압박도 확대됐습니다. 상법 개정 없이도 두산그룹은 합병비율을 수정하고, 고려아연과 HL홀딩스는 각각 유상증자와 자사주 무상증여를 백지화했습니다. 이같은 변화가 상법 개정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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