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유무죄 선고가 엇갈리면서 법원을 겨냥한 정치권 발언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일희일비’하면서 여야가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아전인수’격 해석만 내놓고 있는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사법화’가 사법부의 신뢰 추락은 물론 삼권분립마저 흔들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일 정치·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 달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1년 1개월 만이다. 이 대표는 과거 재판 과정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 대표와 김 씨 사이 통화 내용을 고려할 때 위증이 아닌 단순 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앞서 지난 달 15일 법원 판단과는 정반대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말과 성남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 발언 등이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로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두 판결이 엇갈리면서 여야 표정은 물론 발언 수위도 180도 바뀌었다. 민주당은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죄가 없다’고 판단하자, “사필귀정의 판결이었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이 짓밟고 무너뜨린 사법 정의와 상식을 바로 세웠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법원을 치켜세웠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법원) 결론을 과연 일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번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선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이 대표 판결에 대해 양측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 모양새였다. 민주당은 당시 “정적 죽이기에 올인한 대통령과 이에 동조한 정치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적 말살 시도에 (법원이) 판결로 화답했다”거나,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정반대로 “사법부 결정을 존종하고, 경의를 표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재판부를 향한 인신공격과 판결 불복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문제는 향후 이 대표 재판을 사이에 둔 여야의 도 넘는 발언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 측과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등 1심 결과에 대해 항소하면서 양측 법정 공방은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게다가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등 1심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33부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건의 사건도 함께 심리하고 있다. 여기에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도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이들 의혹과 관련된 1~3심도 연이어 예정돼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철저한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한 여야의 비난과 칭송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말 그대로 사법부마저도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여기는 여야 정치적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할 정치적 사안의 판단을 법원에 떠넘기는 ‘정치 사법화’가 심화되면서 사법부 신뢰 추락은 물론 삼권분립의 뿌리까지도 흔들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