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해외 빅테크들이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을 넘어 공공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태세다.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의 필수 요건인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CSAP)’ 문턱을 낮추고 국가 망 정책 개선에 나서는 등 해외 기업들도 공공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빗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구글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CSAP 하(下) 등급을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하 등급은 국내에 데이터센터(IDC)가 없어 물리적 망 분리를 할 수 없는 해외 빅테크 클라우드 업체들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르면 연내 인증 획득 업체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빅테크의 IDC 국내 유치가 시들해진 상황에서 망 분리 없이 클라우드 인증을 받게 되면 빅테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자체 IDC를 만들기보다 기존 국내 기업이 만든 IDC를 임대하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60%, MS가 24%의 점유율(복수 응답)을 차지했다. 이처럼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한 해외 빅테크가 공공 분야까지 진출할 경우 국내 업체들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 부문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가뜩이나 파이가 작은데 해외 업체까지 진출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내년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층보안체계(MLS) 전환 정책도 관심사다. MLS는 업무 중요도에 따라 적절한 보안 조치를 갖추면 외부 인터넷 망과 연결해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망 정책이다. MLS 심사는 CSAP와 연계해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CSAP에서 하 등급을 받은 해외 기업들은 MLS의 등급 심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에 해외 기업이 CSAP와 MLS 심사를 모두 통과하게 될 경우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높은 IT 인프라 비용이 발생하고 확장성이 떨어지는 물리적 망 분리를 고집하는 것은 되레 우리나라의 디지털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클라우드 기업들의 공공 분야 진출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지 않은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 부문이 개방되지 않을 경우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추진할 때 같은 논리로 공격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