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못살아" 뇌종양 아내 부탁에 농약 건넨 남편 '집행유예', 이유는

아내, 뇌종양 판정 받고 극단적 선택 결심
남편도 같이 농약 마셨으나 혼자 살아남아

사진 = 이미지투데이



뇌종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던 아내의 부탁으로 농약을 건네 사망에 이르게 한 70대 남성이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춘천지법 김성래 부장판사는 지난 5월 8일 아내에게 농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7년부터 B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시력이 지속해서 떨어졌다. 2023년 12월부터는 스스로 움직이는 일조차 힘들어지면서 A씨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5월 7일 B씨는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다음 날 B씨는 A씨에게 "이대로는 못 살아. 농약 좀 갖고 와. 먹고 죽게. 죽게 해줘"라고 부탁했다. 결국 부부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자녀에게 유서를 남겼다. A씨는 먼저 농약을 마신 다음 남은 일부를 아내 B씨에게 먹였는데 B씨만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탁을 받고 범행했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44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피해자가 뇌종양 등으로 신체적 고통이 극심한 상태에서 살해해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도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자녀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살충제를 마신 후유증 등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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