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폭탄을 예고한 지 나흘 만에 예정에도 없던 만남을 급히 추진한 셈이다. 멕시코도 중국 전기차와 거리 두기에 나서고 유럽도 ‘미국산’을 더 사는 전략을 고심하는 등 세계가 트럼프의 계산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3시간가량의 회동과 만찬을 이어가며 양국의 무역과 국경, 마약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트뤼도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회동한 첫 정상이 됐다. 이번 깜짝 방문은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취임 직후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25% 관세 폭탄을 안길 것이라는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트뤼도 총리는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도미닉 르블랑 공공안전부 장관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역시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전날 ‘마러라고 회동’이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캐나다 마약류 단속에 대한 협력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에너지·무역·북극과 같은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언급했는데 캐나다가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대형 송유관 건설 사업인 ‘키스톤 XL 프로젝트’의 재개 문제를 꺼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주와 미국 텍사스주를 잇는 초대형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트럼프가 1기 시절 승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중단시켰다.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캐나다만은 아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관세 폭탄’ 위협에 맞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지난달 27일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협의에 나서는 등 합의점을 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현지 공장을 물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확정된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1기 당시 고율 철강 관세 등으로 무역 갈등을 겪었던 유럽연합(EU) 역시 액화천연가스(LNG)와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의 수입 확대를 통해 트럼프가 내미는 ‘청구서’를 지불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우리 정부 역시 원유와 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