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 업계가 센트럴키친(중앙 집중식 조리시설)을 통해 ‘반(半)조리’ 음식 생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조리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각 사별로 운영하는 급식 사업장의 인력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트럴키친은 향후 대기업 계열 단체급식 업체들이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한 식자재 납품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CJ프레시웨이 경기도 이천 센트럴키친의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제조 품목도 250가지에 달해 1년 만에 47%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아워홈과 현대그린푸드 역시 각각 경기 안산과 성남에 둔 센트럴키친에서 반조리 메뉴 생산을 15%, 20% 확장했다. 이전까지 자체 시설 없이 협력업체를 활용했던 삼성웰스토리도 지난 달 충남 아산에 2만 354㎡(6157평) 규모로 센트럴키친을 준공하고 샌드위치류부터 본생산에 들어갔다.
센트럴키친이란 원재료 수급•손질을 거친 뒤 반조리 식품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중앙 집중식 조리시설을 뜻한다.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형태로 닭갈비•제육볶음 같은 반찬류를 제조하는 식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센트럴 키친에서 생산한 함박스테이크는 초벌 과정에서 그릴 자국까지 내고 포장•납품한다”면서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손님에게 메뉴를 제공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요 단체급식 기업들이 센트럴키친을 확대하는 건 일선 사업장에서의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반조리 상품을 단체급식에 적용하면 조리 시간이 단축돼 근무자들의 업무 강도가 낮아진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도 감소한다. 급식 사업장마다 확보해야 하는 설비 비용도 감축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음식의 맛과 외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각광받는 추세다.
아워홈은 이 같은 장점에 주목해 이미 2009년 6월 국내 최초로 센트럴키친을 세웠다. 후발 주자로 2020년 진입한 현대그린푸드는 당시 5%에 불과했던 단체급식에서의 반조리 식품 메뉴 비중을 지난해 말 50%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기존에는 각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조리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해왔던 재료 세척과 혼합 등 작업의 40% 가량을 센트럴키친 설비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단체급식 업체 입장에서는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식자재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센트럴키친이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겪는 식당 자영업자에게도 반조리 메뉴의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이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반조리 식자재를 납품하는 작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식자재 시장 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으로 낮아 기회도 많다고 내다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식자재 업체가 자영업자들에 고기나 소스 등을 납품하기 위해선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센트럴키친에서 생산된 개별포장 반조리 상품은 온라인을 통해 e커머스처럼 판매가 용이해 시장 확장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