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전제로 한 휴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통제권을 즉각 되찾지 못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영토에 한해 나토 가입이 가능하다면 휴전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11월 30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땅에 나토 회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며 “이는 전쟁의 과열 국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대신 러시아는 현재 점령한 영토의 통제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의 종전 구상이 미국 내에서 검토된다는 보도를 언급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답한 것이다. 이어 “우리가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 통제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며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내 점령당한 지역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양보를 전제로 한 휴전 협상 의사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중 약 20%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3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휴전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나왔다. 다만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고 있어 현실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상을 원한다면 나토에 가입하려는 야망을 포기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한편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들이 새 지도부가 출범한 첫날인 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확고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EU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마르타 코스 확장·동유럽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