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소비세 몰린 美 블프…온라인 '활활' 오프라인은 '썰렁'

■소비 패턴 달라진 '쇼핑 대목'
3분기 소비증가율 3.5% 고성장
온라인에만 108억弗 뭉칫돈 몰려
"트럼프 관세 전 구매" 마케팅도
뉴욕 일부 지역 외 오픈런 실종
할인 드문 나이키 등 매장은 인기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우드버리 아웃렛의 명품 매장 거리에서 오전 6시 개장과 함께 곳곳에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김흥록특파원

미국 최대 쇼핑 대목 블랙 프라이데이인 11월 29일(현지 시간) 오전 6시. 미국 뉴욕주 우드버리에 있는 우드버리커먼아웃렛에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평소보다 4시간 일찍 개장한 매장 앞에 쇼핑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이키 매장 앞에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던 한 청년이 “오전 5시에 와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며 “줄을 보면 알겠지만 일찍 오지 않으면 원하는 제품을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블랙 프라이데이는 1년 내내 기다리는 날 아니냐. 두 달간 돈을 모았다”고 말하자 그 옆의 친구는 “난 2년간 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뉴욕 우드버리커먼아웃렛은 미국인들이 편하게 입고 쓸 수 있는 저렴한 대중적인 제품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한 곳이다. 지역 플라자상가나 백화점과 달리 넓은 공간을 산책하며 다양한 제품을 즐길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마다 쇼핑객들이 우선순위로 찾는 곳이다. 이날도 개장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에도 주변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웃렛에 진입하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다만 아웃렛 안에서도 브랜드별로 편차가 컸다. 평소 온라인에서 대규모 세일을 종종 진행하는 중저가 의류 매장은 한산한 반면 좀처럼 세일하지 않는 브랜드 매장 앞에는 길게는 수백 m씩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개장하자마자 명품 ‘보테가베네타’에서 핸드백을 샀다는 한 커플은 “뉴욕에 살지만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쇼핑을 하기 위해 이 근처 호텔에서 방을 잡고 잔 뒤 일찍 나온다”며 “명품 브랜드 중에는 온라인에서 살 수 없는 제품이 있고 오전에는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강한 개인소비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3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잠정치)은 3.5%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에도 지출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미소매연합은 11월 홀리데이 시즌 지출(대면 및 온라인)이 2.5~3.5% 증가해 9795억~98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록한 3.8% 성장률보다는 낮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성장률이다. 다만 온라인만 떼어 놓고 보면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미국의 온라인 시장조사 업체 어도비디지털인사이트가 조사한 결과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온라인 쇼핑을 통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쓴 돈이 108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했으며 전년보다 두 자릿수(10.2%) 늘어난 규모다. 마스터카드의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추정치도 전년 동기 대비 3.4%(자동차 제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소매점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온라인 판매는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어도비디지털인사이트의 수석 분석가 비벡 판디아는 “과거에는 매장 내 쇼핑에 더 집착했던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온라인 구매가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큰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쇼핑에서 채팅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더 익숙해지면서 앞으로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온라인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내의 쇼핑센터는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전제품 판매점인 베스트바이에서 만난 호세 산펠리즈 씨는 “쇼핑객이 너무 없어서 놀랐다”며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곤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정작 매장은 더욱 한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블랙 프라이데이 연휴 기간 중 강도들의 습격을 받아 충격을 안겼던 샌프란시스코는 치안이 다소 개선되면서 번화가를 중심으로 활기가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30대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은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이 예년보다 길었고 할인 폭도 컸는데 그만큼 재고가 많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주변에 젊은 친구들은 굳이 매장에 나오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에 있는 메이시스백화점 앞으로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윤민혁 특파원

올해는 소매 업체들이 ‘트럼프 관세’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구 업체 ‘파이널리홈퍼니싱’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세 전 세일!(Pre-Tariff Sale!) 이것은 연습이 아닙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소매 업체들이 관세 부과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전에 제품 구매를 서두르라는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미용 제품 업체 ‘졸리스킨’도 최근 고객 e메일에 관세로 제품 가격이 오르기 전 현재 가격을 확보하라며 관세를 적용하면 대표 상품인 샤워기 헤드필터 가격이 25% 상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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