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도 제조업 성장과 한국 기업의 기회

빈준화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인도 경제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회계연도(2023년4월~2024년3월) 경제성장률은 8.2%며 인도중앙은행의 2025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는 7.2%다.


특히 제조업 성장률은 9.9%로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도는 승용차 585만대를 생산하는 세계 3위 생산국이며 이 가운데 67만대를 수출한다. 인도같이 더운 나라의 에어컨 보급률이 10%밖에 안되니 가전 시장의 성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인도 정부의 자국내제조 정책과 생산연계 인센티브 정책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 품목으로 인도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현지에서 생산된다.


인도 정부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대규모 현금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영향으로 마이크론테크놀로지·타타세미컨덕터(대만 TSMC와 협업)·씨지파워(일본 르네사스와 협업) 등 다수의 반도체공장 건설이 추진 중이며 2025년부터 인도산 반도체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는 IIT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에서 연 150만 명에 이르는 엔지니어들이 매년 사회로 배출돼 세계의 정보기술(IT)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가 급속히 성장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 정부는 현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인도에 수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점점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제인증대상품목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는 까다롭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에도 원산지 검증을 위한 추가서류 제출을 의무화한다든지, CEPA 혜택이 없는 고율관세품목으로 분류해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자국의 철강수입업체에겐 현지에서 동일품목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약하는 동의서를 제출해야만 수입허가서를 내주는 정책도 신규로 도입됐다. 이렇게 인도의 규제 환경은 불투명하고 자주 변해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물론 이미 진출한 기업들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다.


최근 포스코는 인도 JSW와 합작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 단독 진출만을 고집했다면 이제 보다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많은 인도 기업이 제조 노하우가 부족해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원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고통받고 기업들에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인도 곳곳에서 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현재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협력업체들이 한국산 장비를 구매하거나 자동차 라인 증설이 한창인 인도업체들이 전기차 모터 등 한국산 부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있다.


면밀하게 시장정보를 파악하고, 인도 정부의 정책 변화와 규제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며, 인도 전시회에 자주 참여해 접점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도의 경제 성장과 제조업 부상은 한국 기업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불확실성과 규제 장벽 속에서도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인도와 함께 새로운 성장의 장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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