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격파 쉽지 않네”…삼성-SK, 미래 메모리 표준화 '맞손'[biz-플러스]

온디바이스 AI 특화 저전력칩
'메모리 병목' 해소 솔루션 각광
목표시점 등 추진안 구상 단계
세계시장 6년뒤 228조로 성장
양사, 상용화 염두 협력 본격화

오픈AI의 ‘달리’로 생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특화 저전력 메모리의 표준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협력한다. 각사는 개별적으로 AI 특화 메모리를 개발해왔지만 표준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개별 디바이스에서 AI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로 기술의 무게중심이 이동하자 이와 보조를 맞출 차세대 메모리의 빠른 범용화를 위해 차세대 제품부터는 동맹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6(LPDDR6)-프로세싱인메모리(PIM)’ 제품의 표준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기존 메모리가 데이터를 저장하기만 했다면 PIM은 메모리가 연산 기능까지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AI 컴퓨팅에서 가장 큰 숙제인 ‘메모리 병목현상’을 돌파할 차세대 솔루션으로도 꼽힌다. 메모리 병목은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교환이 너무 느려서 생기는 시스템 성능 저하를 의미하는데,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두 회사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회(JEDEC) 표준화 등록을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력은 초기 단계로 표준화 대상 항목과 각 항목마다 적정한 제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PIM이 적용된 LPDDR은 기존 메모리와는 다른 기술적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 기존 메모리에서 중요한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의 대역폭(External bandwidth)이 아닌 메모리 내 대역폭을 의미하는 ‘내적 대역폭(Internal Bandwidth)’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사가 제품 표준화를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며 “협력이 막 시작한 단계여서 표준화 목표 시점 등에 관한 추진 계획을 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주도권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낯선 풍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정한 격차를 두고 사이좋게 1·2위를 나눠 가졌지만 AI 메모리로 판이 흔들리면서 경쟁 구도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만년 2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훈풍을 타고 올 3분기에는 영업이익 7조 300억 원을 올리며 삼성전자(약 3조 8600억 원)를 따돌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세대 메모리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손을 잡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하이닉스 모두 PIM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제품을 개발해 왔지만 상용화는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PIM을 적용한 HBM·LPDDR5 제품을 개발했고 표준화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SK하이닉스도 그래픽디램6(GDDR6)-PIM을 내놨지만 사실상 제품을 출시하는 데 의의를 뒀다. 각사의 기준으로 개발하면서 제품의 콘셉트와 사양도 달랐고 통일된 표준이 없으니 업계에서 범용화도 어려웠다. 두 회사가 동일한 PIM 제품을 염두에 두고 개발도 전부터 표준화 논의에 머리를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부상도 PIM 메모리의 상용화를 재촉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란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 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인데 보안성·저지연 등을 이유로 데이터가 기기 내에서만 처리되는 이 기술이 각광 받고 있다. PIM 기술이 적용되면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 데이터 이동이 줄어들면서 기존 메모리보다 소모하는 전력도 크게 감소한다. 저전력이 중요한 온디바이스 AI에 PIM 메모리가 각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연평균 37.7% 성장해 2030년에 1739억 달러(22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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