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미사일, 장거리 레이다 및 작전통제의 모든 기술적 요소를 독자적으로 완성함으로써 천궁-Ⅱ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능력을 재확인한 쾌거입니다.”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장이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 개발 완료를 기념하는 행사를 지난 11월 29일 대전 청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개최한 자리에 밝힌 소감이다 .
더 높은 고도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2015년부터 1조 2000억 원이 투입된 L-SAM은 ‘탄도미사일 종말단계 상층 방어 체계’에 해당한다. 군이 목표로 했던 다층적 미사일 방어 능력을 구현하는 핵심 무기체계로 꼽힌다.
국방부는 “L-SAM에는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한 요격 관련 최첨단 기술들이 대거 국내에서 개발돼 적용됐다”고 했다.
L-SAM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한 요격 관련 최첨단 기술로, 이를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해 적용했다. 특히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직격요격(힛투킬·hit to kill)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목표물 주변에서 폭발해 퍼지는 파편을 통한 요격인 폭발파편 방식보다 정확도와 파괴력이 뛰어나고 기술적 난도가 높다.
직격요격을 위해서는 그만큼 정밀한 유도가 필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위치 자세 제어장치(DACS), 표적의 미세한 열원을 감지·추적하는 적외선 영상탐색기(IIR)도 국내 기술로 구현됐다. IIR의 시야를 확보하고 요격 직전 신속하게 분리되는 전방 덮개, 요격 순간 운동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직격요격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중 펄스형 추진기관 등도 L-SAM 개발에 따른 성과라고 ADD는 설명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다층 방어 전략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는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어체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탐지 및 추적’이다.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이를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이를 위해 다양한 레이더 시스템과 위성 감시 시스템이 활용된다.
다음으로 ‘요격’이다. 적 미사일이 우리 영토로 날아오는 경우 이를 중단 단계 또는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군은 이를 위해 다양한 요격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어’다. 미사일 방어체계의 마지막 단계는 미사일 요격에 실패 시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 조치다. 우리 군은 강력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동시에 반격 공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도발에 나선다면 우리 군은 ‘한국형 3축 체계’가 가동된다.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에 이번에 독자 개발한 L-SAM을 포함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표적 타격할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개념이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한 축이 바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다.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무기는 장사정포 뿐만 아니라 서울을 직접 때릴 수 있는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신형 단거리, 준중거리 미사일 등은 전술핵 수준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등 수도권 방어를 위해 미국이 개발한 사드와 패트리엇에 더해 한국이 개발한 M-SAM-Ⅱ(천궁-Ⅱ), L-SAM을 비롯해 한국형 아이언돔 등 복합 다층 방어 체계가 풀가동될 때 수도권 및 핵심시설 방어를 위해 다다익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중에 하나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KAMD는 하층과 상층으로 나눠져 방어체계를 구축 중이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상승 단계, 외기권(우주)에서 고공비행하는 중간단계, 고도 100㎞ 이하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하강하는 종말단계를 거친다. 종말단계 중에서도 통상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과 하층을 구분한다. 현
우선 하층 방어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Ⅱ(천궁-Ⅱ)는 고도 30∼40km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M-SAM-Ⅰ을 개량한 것이다. 이미 작전 배치된 M-SAM-Ⅰ(고도 20㎞ 이하)는 더 낮은 고도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 무기와 함께 하층방어를 담당하는 전력은 패트리엇(PAC-2/PAC-3·고도 40㎞ 이하)이 있다.
하층과 상층에 중간 지역을 담당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M-SAM-Ⅲ(고도 40㎞ 이상)도 있다. M-SAM-Ⅲ는 북한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M-SAM-Ⅱ보다 요격 성능과 교전 능력이 향상된 유도무기다. 오는 2034년까지 약 2조 8300억 원이 투입돼 개발된다.
상층방어 전력은 이번에 개발이 완료된 전력화 될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고도 50∼60㎞)가 있다. L-SAM은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상층)에 속하는 40∼60km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다른 상층 요격 무기인 주한미군의 사드(40∼150km)와 함께 복합 다층 방어망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여기에 더해 현해 개발 중인 L-SAM-Ⅱ(고도 60∼150㎞ 이하)가 있다. L-SAM-Ⅱ는 기존 L-SAM보다 요격 고도가 상향된 고고도 요격유도탄과 공력비행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활공단계 요격유도탄이 핵심이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와 동일한 요격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타격할 L-SAM-Ⅱ는 오는 2035년까지 2조 7100억원이 투입돼 개발된다. 기존 L-SAM의 최고 요격고도가 60㎞ 정도였지만 L-SAM-Ⅱ는 최고 요격고도가 100㎞ 이상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M-SAM 블록-Ⅲ의 개발도 함께 진행한다. 최고 요격고도도 블록-Ⅱ 대비 2배 수준인 50㎞ 이상으로 확대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M-SAM 블록-Ⅲ에 대해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2배로 늘어 방어 면적이 4배로 늘어난다”며 “동시에 교전할 수 있는 (요격탄) 발수는 블록-Ⅱ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L-SAM-Ⅱ는 상층 방어를 M-SAM 블록-Ⅲ은 하층 방어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L-SAM-Ⅱ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며, 총사업비는 1조 664억 원, 사업 기간은 2032년까지다. ADD가 주도하는 M-SAM 블록-Ⅲ 개발의 총사업비는 2조 8015억원, 사업 기간은 2034년까지다
종합하면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저고도(40㎞ 이하)는 미국산 패트리엇3(PAC-3), 한국산 M-SAM, 중고도(60~100km)는 한국산 L-SAM·MSA-Ⅱ, 고고도(150㎞)는 미국산 사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하는 사드)과 L-SAM-Ⅱ 등이, 여기에 해상용 KAMD로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에 배치될 SM-6(240~460㎞), 세종대왕함에 배치될 SM-3(500㎞ 이상)이 다층 방어 체계를 이루게 된다.
군 당국은 실전배치가 이뤄지는 시점인 이르면 2027년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에 ‘L-SAM 운용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처럼 별도의 L-SAM 운용 부대를 만들어 하층방어 전력부대와 연동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