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명 구하고 하늘로”…한국계 美 파일럿, 유기견 구조 비행 중 추락 사망

한국계 美 파일럿 故 석 김씨 사연 보도
동승했던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도 숨져
4년 전 조종사 자격증 취득 뒤 구조 활동
허리케인 ‘헬렌’ 재난 당시 구호품 봉사도

유기견 구조 활동을 위해 비행하다 추락 사망한 고(故) 석 김씨. AP 연합뉴스

“그가 비행을 하며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를 생각하면 놀라워요.”


미국에서 유기견을 구조하기 위해 비행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한국계 조종사 석 김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4일 유기견 구조 활동을 위해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나다가 추락 사고로 숨졌다. 향년 49세.


어린 시절부터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던 김 씨는 4년 전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동물 구조단체 ‘파일럿 앤 퍼스(Pilots n Paws)'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 단체는 재난지역에 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동물 보호소로 이송하는 일을 한다.


지난 달 24일에도 김 씨는 여느 때와 같이 구조 활동을 위해 이륙했다. 이날의 여정은 강아지 리사를 비롯한 세 마리의 유기견을 태우고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뉴욕주 올버니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날 무렵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비행기는 그대로 추락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강아지 리사도 숨을 거뒀다. 나머지 강아지 두 마리는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구조당국은 사고 다음날 캐츠킬 주립공원에서 비행기 잔해를 발견했고 국가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가 자세한 사고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김 씨와 함께 일한 페니 에드워즈는 “그는 놀라운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에드워즈는 그가 올해 허리케인 헬렌으로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일에도 참여했다며 “동물 구출뿐 아니라 그는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전했다.


김 씨의 가족은 김 씨를 기리기 위해 강아지 리사를 화장하고 남은 재를 집 뒷마당에 묻었다. 먼저 떠난 반려견의 유골이 묻힌 곳이기도 했다. 김 씨의 딸 레아(16)는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설 만큼 리사에 대해 각별했다”며 “우리는 리사를 계속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시작한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리사가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했다. 김 씨를 추모하는 사이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리며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장례식은 오는 5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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