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르신에 인기만점” 30년 맞는 세브란스병원의 제주 봉사

홍그루 심장내과 교수 등 20여 명 제주 봉사 참여
서귀포시 표선, 시흥리 등에서 주민 건강검진 제공
NH농협생명과 함께 우도에 혈압계 200개 선물도



홍그루(왼쪽)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검진을 받으러 온 지역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진료봉사단은 지난달 30일 오전 표선면에서, 오후에는 성산읍 시흥리에서 총 21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제공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어르신, 혈압이 많이 높은 편이니 약 챙겨드시는 거 잊지 마세요. "


지난달 3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 마련된 진료소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줄지어들어섰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비롯해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 22명으로 구성된 진료봉사단은 이날 오전 표선면에서, 오후에는 성산읍 시흥리에서 총 21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제공했다. 이에 앞서 29일에는 NH농협생명과 함께 1000만 원 상당을 들여 준비한 혈압계 200개를 우도면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진료봉사단을 이끄는 홍그루 단장은 "고령과 제주의 지역적 특성으로 고혈압, 당뇨를 동반한 환자들이 많다. 오늘 검진에서도 비후성심근염, 심장판막질환 등 위급한 질환자들도 여럿 발견됐다"며 "30년 간 이어온 진료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이 크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제주 성산포숨비로타리클럽 회원들도 참가해 현장에서 주민들을 안내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세브란스병원이 제주 지역 진료봉사 활동을 시작한 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장별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교수에게 의료적 도움을 요청한 것이 계기였다. 장 교수가 중심이 돼 비공식적으로 소규모 진료봉사가 시작됐고 주민들의 호응이 커 1995년 서귀포시 표선면, 1998년 제주시 우도면으로 그 대상이 확대됐다. 이후 2009년 세브란스병원은 (사)제주올레와의 인연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올레 1길) 및 우도면(올레 1-1길)과 1사 1마을 협약을 맺으면서 공식적인 건강검진 진료봉사를 포함해 여러 협력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30년째 이어져 온 인연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를 찾은 것이다.



홍그루(왼쪽에서 두번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진료봉사단이 지역 주민의 검진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진료봉사단 참가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에는 표선면에서, 오후에는 성산읍 시흥리에서 총 21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제공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의 제주 진료봉사단은 초대 단장인 장 교수에 이어 홍 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다. 실무는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이 주관한다. 그 외 부서별 자원자를 신청받아 간호사, 약사, 방사선사 외 여러 자원봉사자가 함께하고 있다.


봉사단은 65세 이상 성인 환자가 대부분인 마을의 특성을 고려하여 심장내과(외과)와 재활, 소화기내과, 치과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과목을 구성했다. 지역 의원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심장 초음파, 복부 초음파, 심전도 등 정밀 검사를 제공하며 봉사 중 추가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경우 지역 병원에 먼저 방문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각 마을에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150~200명 남짓 된다. 노인 외에 물질을 하는 해녀도 많은데 고령에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아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진료조차 받지 못한 채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우도는 정작 보건지소 외에 약국은 물론 의료기관이 전혀 없다. 세브란스병원 진료봉사단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건강검진 제공에 힘써온 이유다. 봉사단에 따르면 매년 급성기 질환으로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한 주민이 발견됐고, 조기 검사와 치료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다. 2014년에는 결혼으로 우도에 정착한 칠레 출신 이레네 씨가 봉사단을 통해 ‘방실 차단’이란 위급한 심장질환을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이레네 씨는 병원 측의 경제적 도움으로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페이스메이커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제주 진료봉사에 참여하는 교직원들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 주말 등 개인 시간을 할애해 참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개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참여한다. 참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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