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송으로 피해액 구제" N차 사기 먹잇감 된 코인러

[가상자산 열풍 신종사기 횡행]
로펌 사칭하며 '코인 피해자 모집'
유료광고로 포털검색 상단에 노출
투자 유튜버·SNS 운영자에 속아
유령리딩방서 거액 손실도 잇따라
조직적 범죄…2차·3차 피해 늘어

이미지투데이


“리딩방에서 손해본 것을 보상해드립니다. 코인을 구매해 투자하면 마이너스를 복구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리딩방에서 투자금을 잃은 A 씨는 피해를 복구해주겠다는 B 씨의 말에 8회에 걸쳐 8000만 원을 송금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B 씨는 애초에 A 씨에게 받은 돈으로 새로운 코인 투자를 할 마음도, 수익금이 나게 해줄 마음도 없었다.


코인 투자 열풍이 다시 불면서 가상자산 투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n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존재하는 로펌의 홈페이지를 복사해 가짜로 만들거나 포털 사이트 유료 광고까지 활용해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사례도 발생해 강도 높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구글 유료 스폰서 광고를 통해 C 법무법인(로펌)의 광고가 게시됐다. 이들은 피싱, 가상자산 사기, 투자 사기 등으로 발생한 피해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 모집을 시도했다. 사기 피해를 입은 자들을 대상으로 또다시 사기를 벌인 셈이다.






로펌 사칭 허위 홈페이지 화면. 사칭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이들이 내건 홈페이지는 ‘가짜’였다. 실제 운영 중인 C 로펌 홈페이지와 흡사하게 허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피해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허위 홈페이지에는 실제 해당 로펌 소속 변호사 3명의 사진과 이름까지 그대로 게시되기도 했다. 유료 광고를 통해 포털 사이트 페이지 상단에 노출됐을 뿐 아니라 변호사의 정보까지 게시된 만큼 피해자들이 의심 없이 ‘미끼’를 물 수 있는 구조였다.


해당 사이트를 발견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전문 업체 라바웨이브는 “실제 규모 있는 로펌을 사칭하고 유료 광고까지 게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는 피싱 범죄를 시도한 새로운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로펌 사칭 허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변호사 사진과 정보 화면. 사칭 홈페이지 캡처

피해를 본 C 법무법인 측은 “사이트를 만든 곳이 중국 IP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피해자가 특정되지는 않았다”면서 “피해를 입은 후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경찰서에 신고하고 법인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고객들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이 같은 사칭 사기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 측은 “허위 정보를 제공해 사용자를 속이는 경우는 구글 광고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광고, 웹사이트, 계정, 제3자 소스 등 다양한 정보를 검토해 정책 위반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홈페이지와 흡사하게 제작된 가짜 홈페이지까지 걸러내기는 힘든 구조다. 또 위험 광고물을 발견해 삭제한다고 해도 다시 생겨나는 시간이 짧아 실시간 대응이 쉽지 않다.


소위 ‘인플루언서’로 통하는 투자 전문 유튜버, SNS 운영자 등을 통한 2차, 3차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소액의 수익금을 손에 쥐여주고 또 다른 투자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가상자산 리딩방으로 유입시킨 후 사기 행각을 벌이는 수법이다.


올 8월 광주에 사는 남성 D 씨는 투자 전문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명 유튜버에게 가상자산 투자를 맡겼다. 초기 수익이 나자 D 씨는 유튜버가 추천한 가상자산 투자 리딩방에 접속해 새로운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D 씨의 투자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투자가 진행되지도 않은 유령 수익금을 인출하기 위해 각종 수수료와 세금 명목으로 약 8100만 원을 더 뜯기고 나서야 리딩방 일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사기 행각이 조직적으로 이뤄져 피해자들의 피해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D 씨 사건에서도 유튜버 외 매니저 등이 동원돼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속여 돈을 편취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특별 단속 이후 올해 10월까지 총 8536건의 투자 리딩방 피해가 접수됐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7465억 원에 달했다. 전체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 규모는 더욱 컸다. 2021년 3조 1282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후 2년간 1조 원을 웃도는 피해금이 발생했다. 올해 1~8월 피해액은 3706억 원으로 이전에 비해 줄었지만 피해자 수는 2021년 8891명에서 2022년 3407명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 올해 5125명을 기록했다.


정초 법무법인 대중 변호사는 “리딩방 투자 사기가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등 대담해지고 범행에 역할 분담까지 이뤄져 수사기관의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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