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국내 철강업체가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대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추진하기로 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해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7월 현대제철이 반덤핑으로 제소했고 산업부는 10월 산업피해 조사에 돌입했다.
내년 1월에 예비 판정 절차를 거치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도 요청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잠정관세를 실제로 부과한다면 2월쯤 예상된다”고 말했다. 잠정 덤핑방지 관세는 반덤핑 조사가 시작한 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부과하는 조치이다.
실제 중국의 철강재 과잉생산과 공급으로 중국산 철강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735만 5000톤으로 2022년 대비 37.3% 급증했다. 수입량이 많은 후판의 경우 올해 1~10월 115만 7800톤으로 1년 전보다 7.35% 늘었고, 2년 전보다 80.5% 급증했다.
또 중국산 철강재가 국산보다 가격이 10% 이상 저렴하고, 후판의 경우 국산보다 25% 이상 저렴해 국산 철강업체의 영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유입 여파로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45년 만에 멈췄다. 포스코그룹도 지난 7월 포항제철소 제1제강공장을 폐쇄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미국이 실제 중국에 대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져 철강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유럽연합은 이미 5월 중국 주석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캐나다도 중국산 철강 제품 대상에 대해 25% 관세 부과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산 철강 가격이 워낙 낮아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내 철강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포항 철강산업을 지탱하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이 흔들리고 미중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개입 없이는 국내 철강업체가 고사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부처 내부에서 위기감이 크다”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