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프랑스 대사에 이어 아랍·중동 담당 고문에 사돈을 지명해 ‘가족 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아들 헌터 바이든을 전격 사면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딸 티퍼니 트럼프의 시아버지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 및 중동 문제 선임 고문으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불로스는 트럼프 당선 이후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인 마무드 아바스와 트럼프의 첫 통화에 다리를 놓은 인물이다.
트럼프는 전날에는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대사로 지명했다. 찰스 쿠슈너는 탈세, 불법 선거 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2004년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으며 트럼프는 1기 임기가 끝나기 1개월 전 그를 사면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1기 핵심 참모들의 배신을 경험한 트럼프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을 중용하고 있다.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정권인수팀 명예위원장으로서 주요 인사에 입김을 넣는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트럼프가 가족 정치를 이어가면서 향후 이해 충돌과 자신의 가족을 우선하는 ‘족벌주의’ 논란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총기 소지 법규 위반과 탈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차남 헌터를 깜짝 사면했다고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가족을 위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헌터에 대한 형사 기소는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졌다”며 “아버지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내가 왜 이런 (사면)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미국인들이 이해해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헌터는 델라웨어에서는 총기 법령 위반으로 올해 6월 유죄판결을 받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탈세로 기소돼 9월에 재판을 받기 직전에 유죄를 인정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사법 남용이자 오류”라고 즉각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을 떠나기 불과 몇 주 전에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인선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는 2017년 자신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의 임기(10년)가 남았음에도 ‘충성파’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ABC방송 등에 FBI 국장의 임기를 존중하는 것은 초당적 전통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상원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도 “나는 레이 국장의 FBI 조직 관리에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