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수가 5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공모펀드 대비 거래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데다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펀드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2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소규모 펀드(모자형 펀드 제외) 수는 406개로 약 5년 전인 136개 대비 3배 증가했다. 소규모 펀드는 올해 특히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소규모 펀드의 연평균 증가율은 21.18%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40%(11월 29일 기준)로 급등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ET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일반 공모펀드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줄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 2019년 말 기준 52조 원이었던 ETF 순자산가치 총액은 올 10월 말 기준 163조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ETF 외 일반 공모펀드의 순자산총액 증가율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소규모 펀드 중 86.45%(351개)가 일반 공모펀드다. 한 운용 업계 관계자는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지점까지 오는 투자자들은 이제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일반 공모펀드도 ETF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직상장의 길을 터주는 등 공모펀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일반 공모펀드의 상장 클래스 신설을 통한 상장거래 서비스 34건을 혁신 금융서비스(샌드박스)로 신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일반 공모펀드도 주식이나 ETF처럼 한국거래소를 통해 손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번거로운 펀드 가입·환매 절차가 사라지고 거래 비용도 감소해 시장이 다시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공모펀드 상장만으로는 양극화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반 공모펀드 중 일부만 별도의 상장 클래스(X 클래스)를 만들어 상장해 오히려 시장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TF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 역시 펀드시장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형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 인하와 같은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데다 올해 테마형 ETF가 인기를 끌며 상품 차별화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각종 홍보 활동과 마케팅을 펼치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파이를 얻으려면 운용 수수료라도 그보다 낮게 책정해야 하는데 이또한 대형사들이 선점하고 있어 중소형사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