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대, 오겜…광화문 사용 놓고 서울시-국가유산청 '이견'

서울 윈터페스타 광화문 일대 개최
궁능문화유산분과委서 심사보류
월대 무대·객석설치시 훼손위험
오징어게임, 고궁 부조화 지적도
행사 임박 사용신청 문제 비판도

축제 기간 광화문광장에 설치될 오징어 게임 캐릭터 ‘영희’. 사진 제공=서울시

국내 최대 겨울 행사인 ‘서울윈터페스타’를 준비 중인 서울시가 개막식을 열흘 앞두고도 광화문 사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월대 사용과 오징어 게임 등 한류 콘텐츠 기획물 설치 등을 놓고 시와 국가유산청 간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궁능문화유산분과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의 경복궁 장소 사용 허가 신청에 대해 심사를 보류했다. 시는 3일 소위원회에서 다시 심의를 받는다.


서울시는 이달 1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광화문·광화문광장·청계천·서울광장·DDP·보신각을 잇는 ‘2024 서울윈터페스타’를 개최한다. 분산된 겨울 행사를 한데 묶어 초대형 겨울 축제로 키우자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개최됐다. 올해는 광화문 월대 개막식, 광화문 전면부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 구현)를 선보이는 ‘서울라이트 광화문 루미너스 액시스’를 준비 중이다.


광화문을 행사에 사용하려면 경복궁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국가유산청에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개막식 무대 설치 및 철거를 위한 월대 사용을, 12월 13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미디어 파사드 전시를 위한 광화문 좌우 궁장 사용을, 12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조명 설치를 위한 광화문 월대 및 궁장 사용을 각각 신청했다.


심의 결과 서울시 신청은 보류됐다. 시 계획대로 월대에서 개막식을 진행하고 광화문 앞 100m 이내에 미디어 파사드 관람용 대형 객석을 설치할 경우 월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광화문광장에 설치되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캐릭터와 특별 전시가 고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이 개발 사업뿐 아니라 문화 행사에도 비협조적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경복궁관리소조차 행사 기간이 지난해 58일에서 올해 24일로 줄었고 시설물 대부분이 월대 위가 아닌 월대 좌우 공간에서 설치돼 문화유산 훼손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또 광화문광장 관리 권한은 서울시에 있으므로 콘텐츠 기획은 시 업무 영역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문화유산을 사용하면서 행정 편의적으로만 생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광화문을 사용하려면 5~6개월 전, 최소 2개월 전에는 사용 신청을 하는데 한 달 전에 심사 신청을 하는 것은 문화재 사용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 단체는 행사 6개월 전인 지난달 심사를 받았으나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 달 전에야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입장에서는 심의와 보완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를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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