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 근거없는 부실 예산안"…野 횡포에 국가신용 하락 우려

■巨野 예산폭주에…정부 "예산 볼모로 정쟁"
내년도 시장금리 불확실성 큰데
국고채 이자상환액 5000억 삭감
예비비 감소로 통상 대응 어려워
與 "국회 특활비 살리고 경찰은 0"
野는 "민생포기 예산에 특단대책"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야당 단독 감액안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긴급 브리핑에서 야당의 감액 예산안을 두고 “무책임한 단독 처리”나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썼다. 그는 “온 국민이 합심해 대응해야 할 경제 난국에 야당은 감액 예산안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그만큼 야당의 단독 감액 예산안이 갖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본지 12월 2일자 1·5면 참조


정부는 △한국 경제에 리스크 가중 △산업 경쟁력 높일 골든타임 상실 △소상공인 부담 경감 제약 △내수 활성화 지연 △재해 대응 능력 저하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밝힌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지원 계획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인프라 설치에 국비를 지원하고 현재 500억 원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원 한도를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만 해도 정부는 이 사업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이들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최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미국 신(新)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심화와 공급망 불안 등 거센 대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단독 예산안이 통과되면) 산업 경쟁력을 높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역설했다.


야당이 예비비를 2조 4000억 원으로 감액한 것도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최 부총리는 “2019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개발 소요가 발생해 한 해 동안 2조 7000억 원의 예비비를 사용한 바 있다”며 “긴급한 산업·통상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적시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거버넌스 실패’를 꼽았다. 그해 미국 정치권에서는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교착 상태를 이어가다 미 재무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 시한 직전인 6월이 돼서야 한도를 올리는 데 합의했다.


정부에서는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가 올해 8월부터 내년까지 새로 발행할 국고채의 평균 조달 금리를 연 3.4%로 지나치게 높게 가정해 불용액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을 5000억 원 줄였다. 야당 예산안대로라면 내년도 국고채 금리가 평균적으로 연 3% 안팎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이자 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있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이 “국정 마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는 그대로 살려놓고 국민이 밤길 편하게 다니게 하는 경찰의 치안유지를 위한 특활비는 0으로 만들었다”고도 비꼬았다. 민주당이 검찰·경찰의 특정업무경비와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한 반면 국회 특활비(9억 8000만 원)와 특경비(185억 3600만 원)는 각각 원안대로 유지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감액 예산안은) 국회가 감액 권한만 있고 증액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나라 살림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내린 특단의 조치”라며 “애초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초부자 감세를 위한 예산이자 민생과 경제, 미래 대비에 관심이 없는 민생 포기, 미래 포기 예산”이라고 맞섰다.


여야 간 극한 대치 속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으면서 여야에 10일까지 예산안과 관련한 합의를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로써 올해도 예산안은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기게 됐다. 우 의장은 “법정 기한 미준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산안 상정을 미룬 것은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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