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자마자 골프판 접수한 윤이나[10 GOLF STORIES in 2024]

기량 하나는 ‘찐’, ‘정직하게 경기하는 선수’ 재평가 받을 날도 올까

윤이나. 서울경제DB

2년 전 12월 호 서울경제 골프먼슬리의 10대 스토리 중 두 번째 스토리 주인공이 윤이나였다. 당시 제목은 ‘한순간 판단 착오에 사라져버린 대형 신인’. 그해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윤이나는 티샷 뒤 러프에서 자기 볼이 아닌 볼을 쳤다. 이를 인지한 건 그 홀 그린에 올라갔을 때였는데 문제는 알고도 모른 척 경기를 이어간 거였다. 룰 위반을 감추던 윤이나 측은 소문이 돌자 부정행위 한 달 만에야 신고했다.


2년 전에 사람들이 품었던 의문은 ‘왜 빨리 신고하지 않고…’였다. 지금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투어를 정복했나’다. 올해 10대 스토리의 첫 번째에 윤이나를 올린 이유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중 징계로 15개 대회밖에 못 뛰었던 윤이나는 그럼에도 상금 랭킹 23위에 올랐다. 3년이던 출전 정지 징계가 반으로 줄어 올 시즌 복귀가 결정됐을 때 문제는 실전 감각일 것 같았다. 미국 미니 투어 등을 뛰면서 골프를 계속 했다고는 하지만 KLPGA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투어가 아니었다. 복귀 첫해는 적응을 목표 삼고 ‘본색’은 내년에나 드러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윤이나는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처음 톱10(9위)에 오르고 다음 출전한 대회에서 준우승하면서 너무도 빠르게 신인이던 2022년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복귀 첫 우승이자 통산 2승을 달성하더니 준우승 네 번, 3위 세 번 등으로 상금왕과 대상, 평균 타수 1위까지 휩쓸어버렸다. 중간에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던 기간에도 준우승하는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시상식의 여왕’이 된 윤이나. 연합뉴스

돌아보면 올해 윤이나의 성과는 평범한 사람의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3년 징계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윤이나에게 이번 시즌은 없는 시즌이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동료 등 투어 구성원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만약에 우승이라도 하면 축하 물세례를 해줄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가 관심사가 될 정도였다. 다른 선수들의 우승 때처럼 자연스러운 물세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윤이나는 여러 동료로부터 시원하게 물을 맞았다.


시즌 말미에 서울경제 골프먼슬리와 인터뷰에서 윤이나는 이런 경기 외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다. “아무래도 복귀하고 시즌 초반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좀 주변에서 안 좋은 시선들도 있었고. 선수들 통해서, 그리고 주변에 팬 분들 속에서도 저를 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환경 속에서 경기를 해나가는 게 조금 힘든 부분이었어요.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서 찾고 있는 상황에서 ‘같이 가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네 공 맞느냐’ 하는 얘기들을 듣기도 했고.”


골프는 어차피 혼자 하는 운동이고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을 거다. 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3관왕 확정 기자회견에서도 윤이나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했다. “저를 좋아해달란 말씀은 드릴 수 없겠지만 계속 좋은 모습, 정직하게 경기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2년 전 출전 정지 징계 전까지 차원이 다른 장타와 플레이 스타일로 대형 스타 탄생을 예고했던 윤이나. 복귀 첫 시즌을 통해 기량 하나는 ‘역대급’임을 유감 없이 확인한 그는 2025년의 우리에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시간이 더 흘렀을 때 윤이나의 바람처럼 사람들은 ‘정직하게 경기하는 선수’로 그를 재평가할 수 있을까.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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