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2월 호 서울경제 골프먼슬리의 10대 스토리 중 두 번째 스토리 주인공이 윤이나였다. 당시 제목은 ‘한순간 판단 착오에 사라져버린 대형 신인’. 그해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윤이나는 티샷 뒤 러프에서 자기 볼이 아닌 볼을 쳤다. 이를 인지한 건 그 홀 그린에 올라갔을 때였는데 문제는 알고도 모른 척 경기를 이어간 거였다. 룰 위반을 감추던 윤이나 측은 소문이 돌자 부정행위 한 달 만에야 신고했다.
2년 전에 사람들이 품었던 의문은 ‘왜 빨리 신고하지 않고…’였다. 지금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투어를 정복했나’다. 올해 10대 스토리의 첫 번째에 윤이나를 올린 이유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중 징계로 15개 대회밖에 못 뛰었던 윤이나는 그럼에도 상금 랭킹 23위에 올랐다. 3년이던 출전 정지 징계가 반으로 줄어 올 시즌 복귀가 결정됐을 때 문제는 실전 감각일 것 같았다. 미국 미니 투어 등을 뛰면서 골프를 계속 했다고는 하지만 KLPGA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투어가 아니었다. 복귀 첫해는 적응을 목표 삼고 ‘본색’은 내년에나 드러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윤이나는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처음 톱10(9위)에 오르고 다음 출전한 대회에서 준우승하면서 너무도 빠르게 신인이던 2022년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복귀 첫 우승이자 통산 2승을 달성하더니 준우승 네 번, 3위 세 번 등으로 상금왕과 대상, 평균 타수 1위까지 휩쓸어버렸다. 중간에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던 기간에도 준우승하는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돌아보면 올해 윤이나의 성과는 평범한 사람의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3년 징계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윤이나에게 이번 시즌은 없는 시즌이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동료 등 투어 구성원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만약에 우승이라도 하면 축하 물세례를 해줄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가 관심사가 될 정도였다. 다른 선수들의 우승 때처럼 자연스러운 물세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윤이나는 여러 동료로부터 시원하게 물을 맞았다.
시즌 말미에 서울경제 골프먼슬리와 인터뷰에서 윤이나는 이런 경기 외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다. “아무래도 복귀하고 시즌 초반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좀 주변에서 안 좋은 시선들도 있었고. 선수들 통해서, 그리고 주변에 팬 분들 속에서도 저를 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환경 속에서 경기를 해나가는 게 조금 힘든 부분이었어요.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서 찾고 있는 상황에서 ‘같이 가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네 공 맞느냐’ 하는 얘기들을 듣기도 했고.”
골프는 어차피 혼자 하는 운동이고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을 거다. 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3관왕 확정 기자회견에서도 윤이나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했다. “저를 좋아해달란 말씀은 드릴 수 없겠지만 계속 좋은 모습, 정직하게 경기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2년 전 출전 정지 징계 전까지 차원이 다른 장타와 플레이 스타일로 대형 스타 탄생을 예고했던 윤이나. 복귀 첫 시즌을 통해 기량 하나는 ‘역대급’임을 유감 없이 확인한 그는 2025년의 우리에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시간이 더 흘렀을 때 윤이나의 바람처럼 사람들은 ‘정직하게 경기하는 선수’로 그를 재평가할 수 있을까.
[서울경제 골프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