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교도소행을 면할 수 있는 확실한 만능 면죄부 카드를 쥐고 있다. 선거를 통해 확보한 ‘맨데이트’(mandate), 즉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임무와 권한이다.
트럼프는 당선이 확실시되던 선거일 밤 “미국민은 우리에게 전례없는 강력한 권한을 주었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민이 위임한 대권’을 앞세워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모든 비난을 일축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임’은 그가 원하는 모든 실험을 가능케 한다.
맨데이트라는 용어가 수시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과연 맨데이트를 갖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의 맨데이트는 무엇인가?
올해 대선에서 경합주를 싹쓸이한 트럼프는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됐다. 이에 따라 그에겐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임무’가 부여됐다.
여론조사에 근거해 살펴보면 유권자들이 그에게 맡긴 임무는 간단하다. 생활비를 낮추고 민생을 돌보라는 것이다. 선거당일까지 수 주동안 치러진 조기 선거 출구조사와 서베이는 유권자들의 투표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준 이슈가 경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주 실시된 CBS뉴스·유거브 공동조사에서 정권인수기에 대통령 당선인이 최고우선순위를 두고 개발해야 할 정책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9%가 상품과 용역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설사 트럼프가 베이컨과 피넛버터 가격을 낮출 권한과 능력을 갖고 있다 해도 식품가격 안정은 MAGA 세계가 인정하는 그의 주된 임무가 아니다. 트럼프의 골수 지지자들이 그에게 내린 대임은 성범죄 혐의를 받는 예비 각료 지명자들이 무사히 인준을 통과하도록 의회에 지시하는 것이다. NBC와의 인터뷰에서 에릭 슈미트 상원의원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맷 게이트 전 하원의원을 트럼프가 굳이 차기 행정부의 연방 법무장관으로 지명했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민으로부터 ‘대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정부 쇄신과 개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재라면 적절한 위치에 누구든 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 뉴스 앵커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의 성폭력 혐의와 관련한 경찰보고서가 잡음을 불러오자 마크웨인 멀린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에게 주어진 국민의 명령을 입에 올렸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민은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길 원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정 전반에 관한 완전한 재량권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그의 하수인들이 입에 걸고 다니는 ‘맨데이트’는 대통령에게 고위 스탭으로 지명된 인사들이 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를 건너뛰게 허용하는 권한을 제공하지 않는다. FBI 신원조회를 우회한 고위직 지명자 중에는 트럼프에 의해 국가정보국장으로 낙점된 털시 개버드도 포함된다. 그러나 ABC뉴스에 출연한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개버드에 대한 FBI 신원조회 결과가 없다는 지적에 트럼프의 맨데이트를 앞세우며 “미국민은 신원조회를 누가 하는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지명을 받은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트럼프에게 주어진 ‘대임’ 혹은 ‘국민의 명령’은 정적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1차 수정헌법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포함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수시로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개인과 집단을 겁박한다. 미국민은 그에게 언론자유를 훼손하라는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명령은 또 ‘프로젝트2025’에 담긴 정책안의 집행을 요구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동안 프로젝트2025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2기 정책안을 집대성한 프로젝트2025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명인 러스 보트를 차기 행정부 고위직에 내정했다.
분명히 말해 일부 유권자들은 위헌 여부에 상관없이 트럼프의 뜻이 완전히 관철되길 원한다. 필자의 전자우편함에 들어오는 메일을 보면 언론인 투옥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다수의 미국인, 심지어 대부분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함 앞에서 선택을 내릴 때 염두에 두었던 이슈가 아니다. 트럼프와 그의 대리인들이 선거 이전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트럼프는 계란 값을 줄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연방정부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무기화하려는 계획에 대한 변명이나 정당성을 제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