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화이자와 '백신 수출' 항소심서 승소

2018년 화이자와 조성물 특허 소송 패소 후
러시아 수출한 백신 원액 두고 소송 이어져
SK바사 "바이오 분야 특허제도 보완 희망"

SK바이오사이언스 로고.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사진 설명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 수출한 폐렴구균 13가 원액을 놓고 화이자와 특허침해 여부를 다툰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며 글로벌 기업과 특허 분쟁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 특허 심판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법원21부는 3일 화이자와 화이자의 자회사 와이어쓰 엘엘씨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손을 들어줬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에 연구 목적으로 폐렴구균 13가 ‘개별단백접합체’를 공급한 게 화이자와의 화해 결정을 위반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국내 최초로 폐렴구균 13가 백신(제품명 스카이뉴모)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화이자 측에서 해당 백신이 ‘프리베나13’의 조성물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말 대법원이 화이자의 손을 들어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7까지 국내에서 스카이뉴모를 제조·판매하지 않기로 화이자와 합의했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 결정 이후 화이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추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과 2019년 러시아에 연구용 폐렴구균 백신 원액을 수출했는데 화이자는 원액을 조합할 때 완제품이 될 수 있는 만큼 화해 결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업용 완제품이 아닌 연구목적 원액이므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도 현재 해당 건이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화이자와 조성물 특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게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성물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와 맺은 계약 등에서 모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와 달리 유럽은 2014년 화이자의 폐렴구균 13가 백신의 조성물 특허가 독창성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했고, 미국 특허심판원도 올해 화이자가 보유한 폐렴구균 백신 관련 조성물 특허를 무효라고 판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며 글로벌 기업과 특허 분쟁이 늘어나는 만큼 특허 심판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가전략기술 보호를 위해 특허심판에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특허심판 선진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특허심판원은 현재도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만큼 실제 활용은 저조한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소송 남용을 적절히 견제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백신, 바이오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이 될 기술을 적극 보호할 수 있게 특허심판 제도의 정책적,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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