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지역 조선업이 대내외 문제를 마무리짓고 실적 개선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10년 이상 이어온 노사 갈등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최근 1년 동안 방산 분야에서 법적 공방을 이어오던 한화오션과도 화해 손짓을 나누자 지역 상공계의 주름이 펴지고 있다.
3일 HD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HD현대미포가 전날 울산 본사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가졌다. 3년 연속 연내 마무리로 기본급 13만 원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470만 원 등에 합의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사도 지난달 27일 조인식을 가졌다. 임금 인상액은 동일한 수준으로 연간 임금 총액 기준 조합원 평균 1700만 원 가량의 인상 효과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19년간 임단협에서 무파업을 달성하며 노사 화합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4년 조선업 위기와 함께 시작한 파업은 매년 임단협 시즌을 정점으로 올해까지 11년째 이어졌다. HD현대미포 또한 동조 파업을 통해 노사 관계를 얼어붙게 했다. 특히 2016년·2017년과 2019년·2020년엔 2년치 임단협을 그 다음해에 겨우 마무리 짓기도 했다. 하지만 양 회사 노사는 2022년 이후 매년 해를 넘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상균 사장은 “3년 연속 연내 교섭 타결로 지속 성장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며 “앞으로도 노사가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나가자”고 말했다.
울산에선 특히 세진중공업을 비롯한 기자재 기업과 사내협력업체(HD현대중공업 190여개·HD현대미포 80여개)들이 두 회사의 노사 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협력업체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노사 문제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라며 “다행히 최근 몇 년 연내 타결이 이뤄져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전을 벌였던 한화오션과도 화해하며 진흙탕 싸움을 면하게 됐다. KDDX 사업은 총 7조 8000억 원 규모로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초기 단계인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이후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남은 건 상세설계와 건조인데, 이를 두고 양사가 결쟁 중이다. 양사의 갈등은 지방자치단체(울산·경남 거제)와 정치권까지 각 지역 소재 기업을 거들고 나서면서 치열해지는 모양새였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현대중 노사는 산업의 파고를 같이 극복해 가는 협렵자로서 조선업 재도약의 기회를 살려 글로벌 1위 조선사에 올라서길 기대하고 있다”며 “울산시도 조선산업의 부활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