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적용되는 사기 범죄의 유형을 확대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보이스피싱 범죄 외에도 주식 리딩방, 스캠 코인 등 재산상 이익 없이 조직적 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판단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8년·6년 등의 실형을 선고하고 총 94억 6000만 원 상당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피고인들은 가짜 선물거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개설한 뒤 선물 및 주식 투자를 빙자해 투자자들의 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투자자들을 기망해 총 264억 원을 갈취했다.
1심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전기통신금융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
하지만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은 재화 공급 및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를 모두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배제하는 것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재화 공급 및 용역 제공을 가장해 대가관계에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만을 제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재화나 용역에 관한 일반적인 거래를 규율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화 공급 및 용역 제공을 가장한 사기 범죄를 모두 제외한다면 이와 관련한 보이스피싱 범죄에서도 피해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