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전소·전력망을 통합 수출하고 글로벌 장거리 송전망(HVDC)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K전력을 원전에 이은 제2의 에너지 수출 동력으로 삼아 2030년에는 수출 150억 달러, 글로벌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K그리드 수출 얼라이언스’ 발족식과 ‘제32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K그리드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했다.
안을 보면 정부는 전선류·변압기·전동기·변환기 등 9대 전력 기자재 수출액을 2030년까지 15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 세계 전력 기자재 시장은 현재 중국이 28%를 장악하고 있다. 이어 독일(11.2%), 미국(6.6%), 멕시코(5.5%) 등의 순이다.
정부가 K전력을 앞세우는 배경은 전 세계 그리드 투자액이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30년 3720억 달러를 거쳐 2050년 6360억 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리드는 전선류와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 기자재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각종 운용 체계를 망라한 개념이다. 산업부는 “그리드가 전기 수송을 넘어 실시간 정보 수집, 감시·제어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통합 솔루션 산업으로 진화 중”이라며 “그리드 구축은 약 10년간 대규모 자본투자가 수반돼 원전 수출과 맞먹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범한 얼라이언스에는 한국전력과 발전 5사 같은 전력 공기업, 설계·구매·시공(EPC) 전문 기업, 그리드 기업 등이 참여했다. EPC에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그리드에는 대한전선과 두산에너빌리티·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등이 동참했다. 전력 공기업 및 대기업은 기자재 등의 수요자이자 개발 업체로서 얼라이언스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로 했으며 이들은 ‘팀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쓰기로 했다.
다만 국내 그리드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기술 수준이 글로벌 기업 대비 평균 62.5~95%에 불과한 데다 2000여 곳의 관련 기업 중 수출 경험이 있는 곳은 6%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산업부는 원전·재생에너지 등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발전·송전·배전·보조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전력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출 모델로 정립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은 동남아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의 신도시 건설과 우크라이나 같은 전후 재건 사업 등에 적합하다. 북미와 유럽연합(EU) 등에서의 저용량·노후화 전력망 교체 수요도 매출 확대의 기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은 발전소 구축뿐만 아니라 그리드 제조·시공·운영에도 세계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발전소·그리드 통합 패키지 수출은 한국의 새로운 에너지 수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9대 핵심 기자재를 기준으로 그리드 수출 150억 달러, 세계 시장점유율 5% 이상 달성을 목표로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을 예고했다. 에너지 데이터 소유자가 데이터 제공·이전 등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이 개인과 기업에 제공하는 효율화 진단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덕에 모바일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앞으로는 에너지 절약도 손쉽게 가능해지는 셈이다. 정부는 또 에너지 신기술 관련 기술 융합과 지역 융합 실증특례 추진을 위해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