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자동차가 ‘반도체 전설’ 짐 켈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칩셋 개발 업체 텐스토렌트의 7억 달러(약 1조 원) 추가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참여해 AI 가속기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텐스토렌트에 대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일(현지 시간)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진행한 7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에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와 베이조스익스페디션·피델리티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텐스토렌트가 앞서 진행한 1억 달러(약 1400억 원) 상당의 투자 유치를 주도했다. 이번 투자로 텐스토렌트의 기업가치는 26억 달러(약 3조 6500억 원)로 불었고 추가 자금은 설계 인력 채용과 대규모 AI 서버 구축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텐스토렌트는 RISC-V 설계자산(IP) 기반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 칩셋에 통합하는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RISC-V는 모바일 CPU에 주로 쓰이는 암(ARM)과 유사한 저전력·고효율 특성을 지니면서도 칩 크기는 훨씬 작다. 또 오픈소스로 개발돼 IP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어 기존 IP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CPU와 GPU를 한 칩셋에 통합하는 한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일반 D램을 칩셋 내부에 융합하는 설계로 엔비디아 주도의 AI 가속기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켈러 CEO는 블룸버그에 “엔비디아가 가장 많은 HBM을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HBM을 사용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엔비디아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켈러 CEO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에서 라이젠 CPU를, 애플에서 A 시리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설계한 전력이 있는 전설적인 반도체 엔지니어다. 켈러 CEO의 행보를 주목하는 테크계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가속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텐스토렌트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텐스토렌트와 전략적 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텐스토렌트 차기 칩셋을 TSMC와 함께 수주했다. 블룸버그는 “내년부터 텐스토렌트의 두 번째 칩셋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대량생산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스마트 TV, 자동차 전장, 데이터센터 구동 칩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AI 하드웨어 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