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거대 야당의 탄핵·예산안 처리 강행 등으로 국정 마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다”면서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잇단 탄핵소추 발의와 민생치안 예산 전액 삭감 등을 거론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권한에 제한을 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규정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필요’ 요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선포 이유로 우선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또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영장 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비상계엄까지 선포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대표는 비상계엄에 강하게 반발하며 부당성을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4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발동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계엄을 즉각 해제해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 또 거대 야당은 탄핵·예산·입법을 둘러싼 정쟁과 폭주를 멈춰 정치 복원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과 거대 야당은 국민을 놀라게 한 비정상적 비상계엄 상황을 조속히 해제해야 하는 공동 책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